어깨동무

[용방이야기01] 그런 호사쯤은 누리셔야죠

짱구쌤 2024. 1. 28. 11:32

새로 만든 잔디공원엔 오래된 비석과 동상이 서 있다. 우리 학교를 세운 분들의 공적비가 2기 있고, 여느 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이순신 장군상이 노고단을 바라보며 늠름하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뷰맛집에 자리 잡은 충무공일 것이다.

 

브라질의 대표 도시 리우데자네이루를 굽어보는 거대한 그리스도상을 한 번쯤은 사진으로라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품은 예수님으로 유명해서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고난을 넘어 축복의 상징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졌을 것이다. 중국의 공자상이나 우리 산사의 불상도 그러한 바램과 다르지 않을 테지만 생에서도, 에서도 군상들의 욕망과 질곡을 짊어져야 하는 성인들의 무거운 어깨가 짠해지기도 한다.(누가 누구를 걱정하는지^^)

 

충무공의 어깨도 다르지 않다. 그의 지략과 단심을 나눠 가지려는 후손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수많은 학교와 공원에,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에, 그것까지는 좋으나 음침한 사당에까지 가둬두기도 한다. 얼마나 답답하고 갑갑했을까? 마음 같아선 높은 단에서 내려 편안한 의자에 앉혀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조국의 산하를 편안하게 바라보게 하고 싶다.

 

우리 학교를 세우는데 큰 공헌을 한 분들의 공적비가 충무공 동상 옆에 있다. 이렇게 너른 들판에, 노고단이 훤히 보이는 풍광 좋은 곳에 터를 잡고 배움터를 연 이들의 선견지명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종잣돈을 댄 이동춘님과 오씨부인, 십시일반 뜻을 모은 용방면민들이다. 너른 들판 가운데 팽나무가 있었을테고 50마지기 논은 사람들의 울력으로 운동장과 교사로 바뀌었다. 멀리까지 걸어 학교에 다닌 수고가 줄어들고 배움에 주린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다행스럽게 오래전 비석과 동상을 세운 분들은 앞이 툭 트이고 멀리 지리산의 편안한 능선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를 내어드렸다. 다른 동상과 달리 유난히 귀여운 얼굴을 한 충무공상은, 내가 아는 한 가장 편안한 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그런 호사쯤은 누려도 당연하지 않는가? 한때 1,100명이 넘었을 교정은 이제 60명의 작은 학교로 변했지만 다시 도약하여 탄탄한 80년을 더 지속해야 할 용방이다. 우리들의 미래는 그래서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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