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

저마다의 최선으로 20년을 달려온 제자들아!

짱구쌤 2024. 1. 1. 21:00

1시 이전에 먼저 만난 아이들은 오래된 선생에게 쪽지를 쓰고 기다렸다. 참석 못한 아이들(호주와 미국까지)의 글까지 누구 하나 애틋하지 않은 마음이 없었다. 난 또 교실로 돌아가 아이들과 지낼 시간을 기대하고 있고 그것을 견딜 힘을 충분히 받았다.

 

 

20241110시에 만납시다

20년 전 영암초 6학년 2반 교실. 졸업식을 마친 아이들은 마지막으로 교실에 들러 담임인 짱구쌤의 훈화를 듣는다. “두 가지를 약속합시다. 첫째는 20년 후 111시에 이곳 영암초 운동장에서 만나는 겁니다. 둘째는 그때까지 살아있어야 합니다. 살아있으면 좋은 날 올테지요.” 진짜로 만날 줄은 몰랐다. 이틀 전, 은지가 블로그에 댓글을 달 때까지는 말이다. “그날 만나는 거지요?” 열여덟 명이 모일 줄이야. 20년 전 우리 6학년 235명은 유난히 활발했고 다른 반이 부러워할 만큼 우애도 깊었다. 그리고 20년이 쏜살같이 흘렀다.

 

저마다 최선으로 달려온 20

1시 정각에 맞춰 영암초 후문 주자장에 도착했을 때 먼 발치에 모여있던 한 무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웃음만 나왔다. 어제부터 외우기 시작한 아이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한 명씩 이름을 불러주려 했는데 처음부터 막힌다. 머리가 하해지고 주섬주섬 이름을 말하고 결국은 20년 전 어깨동무의 도움을 받아 겨우 이름을 불러주었다. 희재, , 미연아! 미안하구나. 너희도 나만큼 나이 먹어봐라^^ 옛 교정을 거닐며 그때처럼 단체 사진을 찍고, 우리는 어느새 20년 전으로 소환되었다. 타임캡슐을 찾아낼 삽과 머슴(두현)까지 준비되었으나 그 위치를 특정할 수 없었지만 우리들 마음 속 타임캡슐은 어느새 개봉되기 시작했다. 선약이 있던 찬영이를 먼저 보내고 그 자리에 그대로인 우정회관으로 옮겨 늦은 점심을 먹고(호주의 에바다, 미국의 수지 등) 못다한 이야기는 카페에서 하기로.

 

또 다시 20년을 향해!

이전엔 없었던 카페베네에서 나머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보람이가 나타나고, 예의 부지런한 유리와 수영이 덕에 20년 만의 롤링페이퍼를 썼다. 20년 전 그 모습 그대로 떠들고, 진지하고, 웃고 즐거운 시간이 흘러갔다. 아깝고도 아까운 시간이 말이다. 참석 못한 친구들의 소식을 공유하고, 다음 달 결혼하는 용빈이가 쏜 2차 음료를 즐기며 나머지 회포를 풀었다. 저마다의 20년을 어찌 늙은 스승이 다 헤아릴 수 있겠냐만, 누구나 최선의 20년이었음을 의심치 않는다. 그것이 고맙고, 그것이 기적이었다.

저마다의 가슴에 소중한 시간의 온기를 담고 일터로 돌아간다. 멀리 강원도로, 서울로, 수원과 창원, 청주로, 광주, 전주, 영암으로, 나는 순천으로. 오늘이, 새로운 20년을 견디며 나아가게 할 힘이 되어줄 것이다. 멋진 제자들! 와줘서 고마웠다. 오늘 못 온 친구들도 마음만은 전부 전달받았다. 다음에 또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살자. 그때는 한 잔 하면 더 좋겠다. 난 행복한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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