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53아이의 사생활-교육방송

짱구쌤 2012. 12. 30. 22:52

 

 

뭘 믿고 이리 무식한거야?

[아이의 사생활 / EBS 제작팀 / 지식채널 ]

존경하는 후배 박향순 선생 집에 갔다가 추천 받은 책이다. 교사로서 늘 귀감이 되는 박선생은 그의 남편 마승희 선생의 기막힌 전어 요리 풀코스를 맛보여 주더니 이렇게 좋은 책까지 추천해 주어 무식한 선배를 한 없이 부끄럽게 만든다. 한옥을 손수 개조하여 지은 연못 딸린 벌교의 운치 있는 황토집에서 함께 간 우리 학교 동료들과 한껏 호강을 했다.

3년 전 교육방송에서 방영되어 많은 화제가 되었다는 다큐 [아이의 사생활]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아이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저명한 학자의 조언과 설득력 있는 실험, 심층 면접과 연구로 신뢰성을 한껏 높였다.

“당신의 아이에 대해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습니까?” 저자가 묻는다.

“아니오.” 내가 답한다.

“그럼 뭘 믿고 그리 무식한거요?” “그러게요.”

1부. [나는 누구인가]에서는 뇌과학에 대한 보고서이다. 특히 전두엽. 초등학교 시절은 뇌의 성장 특성상 다양한 운동과 경험 학습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2부. [남과 여, 그들의 차이]는 제목에서처럼 아들과 딸이 갖는 과학적 차이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차이에 따른 양육법이 달라야 함을 주장한다. 왜 초등 남학생들이 여학생에 비하여 정신적, 학습적으로 지체되는지, 왜 산만하며 ADHD가 남학생에 집중되는 지를 이야기한다. 남성의 체계화된 뇌, 여성의 공감형 뇌. 그러면서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어른들의 지혜를 당부한다.

3부. [다중지능, 나만의 프로파일을 찾아서]는 지능이 갖는 치명적 한계, 요즘 많이 인용되는 다중지능에 대해 논증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각각 있는 강점지능을 찾는 법, 그를 살려주는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이해지능, 공간지능,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 자연친화지능.. 내 아이는 어떤 강점 지능이 있을까?

4부. [도덕성, 작지만 위대한 출발] 다소 진부해 보이는 도덕성이 실상은 행복은 가져다주는 키워드 될 수 있음을, 도덕성이 갖는 경쟁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도덕성은 학습능력처럼 아이 시기에 점차 자라, 확립되므로 일관성 있는 지도법이 필요하다고 한다. “모든 아이는 착하다”라는 전제를 믿어보자. 아이는 믿는 만큼 자란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툼이나 갈등이 생길 때 무작정 내 아이부터 혼을 내고 보는 나, 아빠의 겸손함과 예의(?) 때문에 정작 아이가 받는 도덕적 상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5부. [또 하나의 경쟁력, 자아존중감] 이 책의 키포인트다. 아이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단 하나의 비밀, 가장 사소한 것 같지만 가장 깊숙한 곳에서 인간을 조종하는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다. 나의 무식이 가장 절절하게 느껴진 곳이다. 내 소중한 아이를 그저 잘 가르쳐야겠다는 의욕(그것도 불규칙하게)만 앞서 자존감에 많은 상처를 주었다. 부끄럽다. 아니 미안했다.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를 주는 것,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칭찬해 주는 것, 아이를 믿어 주는 것, 아이에 공감형 부모가 되어 주는 것..

좋은 책을 읽었다. 주위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할 때도 큰 도움이 될 듯한 책이다. 박향순 선생을 내년에 우리학교로 모셔올 생각이다. 그의 자연 친화성과 진지한 열정이 빛을 발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교육과정에 반영해 보자고 약속했다. 내년이 기대된다. 그의 집이 궁금하다면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시라. 눈이 즐겁다. 마음은 따뜻해지고.

박향순과 마승희 홈페이지 [쟁기와 씨앗] http://seed96.pe.kr/

2011. 10. 7.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