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50나의북한문화유산답사기(상)-유홍준

짱구쌤 2012. 12. 30. 22:46

 

 

평양의 날은 개었습니다

[나의북한문화유산답가시-상 / 유홍준 / 중앙 M&B]

 

서른 한 살에 읽은 책을 다시 마흔 네 살에 읽었다. 순전히 이이화 선생 때문이다. 선생의 [역사를 쓰다] 자서전을 읽던 중 ‘공민왕릉’과 ‘정릉’이 한반도 최고의 예술품이라는 찬사를 발견하고 ‘이것을 유홍준 교수가 전에 쓴 책에서 언급했었나?’하는 가물 가물한 기억이 이 책을 펼치게 하였다. 결론적으로 유홍준 교수는 그 유적이 있는 개성에 ‘가지 않았음’이었다. 서른 한살은 한창 내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갈 때였으니 그의 추종자가 되어 전국을 누빌 때이다. 나 대신 다녀온 북녘 땅의 문화유산을 한없이 읽으며 그리워했다. 꼭 가서 보고 싶었다.


사실 북녘 땅을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2004년인가? 남북교육자 교류 행사가 있어서 금강산에서 만나 2박 3일을 다녀온 적이 있다. 주로 교류행사여서 남북 교육자 체육행사와 상봉 행사를 했고 아쉽게도 북의 문화유산은 보지 못한 체 금강산 삼일포 등만 조금 보고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떨리는 기억이지만 그 뒤 교류가 잦아지지 않고 중단되어 아쉽기만 하다.


유홍준 교수는 모두의 기대대로 북의 문화재를 보고 참 맛깔나게 기록하였다. 하나 내가 놀란 것은 그의 문화적 식견이 아니라 그도 말했듯 그가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어느 누구와도 금방 친해져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유홍준의 첫 장점이다. 하여 그의 답사에서는 문화재 도록에서나 볼 법한 용어의 나열이 아니라 삶과 사람이 묻어나는 정감 있는 글이 나온다. 이번에도 예외가 없다. 여정 내내 동행한 사람들 네명을 만나자 마자 그들의 별칭을 만들어 서스럼 없이 되더니 이내 무장해제로 들어간다. 숙소의 3급 총각 요리사, 매점의 접대원(안내원), 유적지 관리사무소의 할아버지 소장과 문화유적해설 여성 동무, 그리고 숱한 북의 미녀들에 대해 그는 놓치지 않고 이야기하고 기록한다. 북한 문화유산 답사기이자 북한사람탐방기다.


사람이 많이 나오니 놓칠 수 없는 것이 말이다. 유홍준 교수를 포함하여 여기에 등장하는 북녘 사람들은 다들 말을 맛깔나게 한다.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천하명산 묘향산에서 아껴야 할 두 가지는?”

“감탄사와 필름”

“신혼여행 따라 온 신부 친구들에게 나타나는 증세는?”

“후천성 시집 매렴증”

북녘 처녀들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남자들을 놀리는 말

“선천성 장가 고픔증”

나이든 어른에게 실수로 ‘아바이 동무’라고 부른 유교수에게

“교수 선생, 아바이 동무라는 말은 없습니다. 아바이는 존칭이고 동무는 내림인데, 올렸다 내릴 수 있습니까? 남쪽에는 그런 말이 있습니까?


북의 문화유산을 읽으며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 묘향산과 보현사, 그리고 평양근방의 강서큰무덤이다. 서산대사 왈, “지리산은 장중하나 수려하지 못하고 금강산은 수려하나 장중하지 못하다. 하나 묘행산은 장중하면서도 수려하다.” 보현사에는 8각 13층 석탑이 있다. 그림만으로도 시원하고 장중하다. 나는 웬지 탑이 좋다. 보고 있으면 나무와는 다른 무게가 느껴진다. 그리고 강서큰무덤의 고구려 사신도. “세상의 모든 명화는 한결같이 어제 그린 것 같다더니 강서큰무덤 벽화야말로 그러했다.”는 저자의 감탄이 한 없이 부러웠다. 비틀어진 비늘 한조작도 남김없이 묘사한 현무도. 유홍준의 시각 중 전적으로 동의하는 한가지는 ‘유적은 특히 절집은 자체의 아름다움보다 그가 위치한 자리앉음새’

그가 외우고 다닌다는 백범 김구 선생의 [내가 원하는 나라]을 나도 외운다.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상원 검은 모루 동굴은 우리에게도 구석기 시대가 있었음을 증언하는 위대한 유적이다. 끝으로 문제 하나, 구석기인인 호모에렉투스(직립보인)가 우리와 다른 점 중 하나는 입술이 없다(입술이 안 뒤집어졌다)는 것인데 왜 그럴까? 본문에 나오는 유홍준의 입담으로 확인해 보길.

2011. 9. 26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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