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52땅끝 마을 구름이 버스-임정진

짱구쌤 2012. 12. 30. 22:50

 

 

땅끝 마을 구름이 버스

[ 땅끝 마을 구름이 버스 / 임정진 / 밝은미래 ]

땅끝 해남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집 미황사, 그리고 미황사 밑에는 서정분교가 있다. 미황사에는 부지런하고 따뜻한 금강 스님이 있고 서정분교에는 내가 좋아하는 주경희, 박성근, 주단우 선생님이 있다. 이 책은 땅끝 마을 서정분교가 폐교의 위기를 딛고 아름다운 학교로 가는 과정을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꾸민 책이다. 그곳 아이들이 사랑하는 愛馬 [서정구름이] 버스가 이 학교에 들어오는 ‘역사’가 이야기의 주요 얼개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재린이가 서울 직장을 그만 둔 엄마와 함께 찾아온 학교는 엄마 친구 푸를청 아줌마가 살고 잇는 땅끝마을의 서영분교다. 전교생이 일곱명인 이 학교가 재린이는 첫눈에 마음에 든다. 체험학습을 3초 만에 결정해 선생님 차로 바로 떠날 수 있고 낯설게 보인 스님과도 친하게 지낼 수 있어 미황사도 내집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이 하나 있다. 전학 가는 걸 싫어하는 재린이가 졸업할 때까지 이 학교가 없어지면 안 된다. 그래서 모든 어린이와 어른들은 학교 숫자를 늘리기에 안간힘을 쓴다. 선생님과 스님, 부모님은 방과후 학교를 늘려 주변 학교 아이들까지 가르치지만 정작 읍에서 너무 먼 거리 때문에 아무도 전학을 오지 않는다. 방법은 한 가지, 아이들을 학교까지 실어다 줄 학교버스. 중고 버스라도 사야하기에 정말 서영분교들은 사력을 다한다. 미황사는 괘불음악회를 열어 모금을 하고, 가수 노영선(노영심) 언니는 CD를 팔아 수익금을 기부하고, 아이들은 바자회를 열고... 하지만 버스는 너무 비싸고 모은 돈은 턱없이 작다.

 

아이들은 미황사 부처님께 1,000배를 정성스레 드리고 영험한 부처님이 그 소원을 들으셨는지 독지가 할머니의 도움으로 꿈에 바라던 버스가 생긴다. 아이들의 지혜로 이름 ‘구름이’ 버스가 지어지고 도안은 아이들 그림으로 채워진다. 버스가 생기자 읍내에서 많은 친구들이 전학을 온다. 아름다운 절집과 작은 학교가 서로를 의지해서 절집을 알리고 학교를 살리는 이야기는 한편의 동화다. 그런데 진짜 동화가 씌여졌으니..

서정분교에는 10년 전쯤에 가봤다. 대학 동기 미란이가 근무하고 있을 때 찾아간 학교는 조금 휑했다. 아마 이 이야기의 처음쯤 되겠다. 그때 내 친구 미란이는 학교 뒷산에 들어앉은 미황사의 금강스님과 학교살리기를 한창 하고 있을 때, 금강스님은 스님스럽지 않은 소탈함과 친화력이 있었다. 열정적인 교사와 스님의 만남. 전국 첫 템플스테이나 산사음악회의 전형을 만든 미황사가 알려지는 만큼 학교도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혁신학교나 무지개학교보다 훨씬 이전부터 작은 학교 이야기가 씌여지고 있었다. 그 뒤로 해남의 터줏대감 주경희 선생님이 그 학교로 옮기시고 남도 땅에 둥지를 틀고 사랑을 나눈 충청도 청년 박성근과 익산 처녀 주단우가 부부 교사로 이 학교로 오면서 서정분교는 그 이름만큼 아름답게 변해가고 있다. [전남교육소식]에 좋은 기사를 쓰는 김수진 님이 이 학교의 학부모니 참 부러운 조화다.

 

우리 학교 인안초등학교는 폐교를 면한(아니 지금도 늘 위협받는) 순천만의 아름다운 작은 학교다. 이 학교를 오면서 생각했던 모델이 이웃에 잇는 송산초등학교와 바로 이 학교 서정분교다. 참 어려움이 많았을 사연이 동화로 나와 반갑다. 나도 작은 학교 인안을 예쁘게 키워가고 싶다. 주위의 동료들과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많은 도전이 있었으나 지금처럼 설레지는 않았다.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멈추지 않고 조금씩.

2011. 10. 2.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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