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9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이혁규

짱구쌤 2012. 12. 30. 22:22

 

 

 

 

천마도에는 말이 없다?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이혁규/우리교육]

 

 

학교는 가르침과 배움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가르침과 배움은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들에게 배움을 강조하지만 정작 교사 스스로는 배움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물론 연수나 협의를 교사 배움의 한 과정이라 항변할 지 모르나, 학생과 교사의 배움과 가르침이 늘상 일어나는 교실과 수업이 지극히 폐쇄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교사의 배움은 소극적이다. 저자는 교사의 수업 실천을 개선하고 배우는 데 수업 비평의 중요한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수업 비평은 수업을 과학적인 활동으로 간주하는 전통적 수업관에 비추어 볼 때는 분명 파격이다. 흔히 비평하면 예술 비평을 떠올리듯 수업 비평은 수업의 예술적 측면을 강조한다. 수업을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교수 전략으로만 이해하면 수업 행위의 융통성과 창의성은 소홀해진다. 하지만 우리가 다 인지하듯 수업은 예술적 측면과 과학적 측면이 모두 존재한다. 저자는 수업 비평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수업 비평은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구성해 가는 수업 현상을 하나의 분석 텍스트로 하여 수업 활동의 과학성과 예술성, 수업 참여자의 의도와 연행(演行), 교과와 사회적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수업을 기술, 분석, 해석, 평가하는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글쓰기이다.

책에서는 총 11편의 수업이 비평 대상이다. 그중 1편은 잘 된 연구수업이고 나머지는 상당히 창의적인 수업들이다. 수업 연구대회의 1등급을 수상한 첫 번째 수업을 비평하면서 수업 관찰자의 관찰 초점을 제시한다. 일반적인 수행 능력을 보는 눈, 교과를 가르치는 능력을 보는 눈, 학습자의 학습과 배움을 보는 눈이 그것이다. 일반적 수행 능력은 우리가 평소에 하는 수업 관찰의 척도로소 학습 분위기 조성, 학생 통제 능력, 질문 제시 능력, 판서 능력, 시간 관리 능력, 학습 집단 조직 능력, 교수 방법의 다양성 등을 말한다. 수업의 우수성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위의 기준을 주로 근거로 삼는다. 하지만 이것은 단편적인 평가로서 더욱 복선적이며 다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과를 바라보는 교사의 식견, 주제의식이 더욱 중요하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습자의 학습과 배움에 대한 눈이다. 다행히 요즘 일어나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나 프로젝트 학습 등은 학습자의 배움을 중심에 둔다. 학생들의 도전 의식이 발휘되고 있는가? 아이들은 그 수업에서 왕성한 배움을 일으키는가? 활발한 아이들의 답변이 교사의 안내나 의도된 수준에 머무른다면 아이들의 성장을 자극할 수는 없다.

두 개의 수업을 집중해서 보았다. 다행히 일면식이 있는 두 분의 선생님(최종순, 황영동)이라 비평 내용에 공감도 많이 갔다. 최종순 선생님의 2학년 슬생(동네 한바퀴 프로젝트)수업과 황영동 선생님의 4학년 사회과 문화재 수업이다. [동네한바퀴 수업]은 1년간 진행되는 우리 동네 알기 프로젝트 수업으로 2학년 아이들이 자기 동네를 돌면서 “익숙한 것 낯설게 보기”를 시도한다. 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의 조력을 받아 이웃들의 삶을 살펴보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해의 깊이를 더한다. 저자는 비평에서 발현적이며 점진적인 프로젝트 학습에 주목한다. 호기심으로 열어가는 통합 학습의 창의성이 잘 가미된 이 학습은 아이들의 자지결정권, 학습주도성을 보장한다. 또한 학부모와 지역 사회의 참여는 요즘 이뤄지는 혁신학교의 지역성과 일맥상통한다. 최종순 교사의 치료자로서의 역할은 프로젝트 학습이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힘이다. 선생님은 12명의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다독이면서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이 수업을 성공시킨다. 놀라운 열의와 능력이다. 나도 일 년에 프로젝트 학습을 한 두 개 정도 진행한다. [알뜰바자회], [통일 주간 학습]이 그것이다. 단위 프로젝트 당 6-8시간 정도를 배정하고 교과별 통합을 통해 진행하는데 장시간에 걸친 학습인지라 준비와 추진에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참여하는 아이들의 자발성을 볼 때마다 더욱 확대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 수업에 대한 비평의 핵심은 ‘자기 성장을 계속하는 교사’이다. 발령 5년 쯤 지나 수업의 패턴을 익힌 후 흔히 안정기라 불리는 정체기에 장기간 머무르는데 난 거기 어디쯤에 있는지 자문할 일이다.

황영동 선생님의 문화재 수업은 ‘문화재에 관한 수업’을 주로 하는 우리들에게 ‘문화재를 통한 수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천마도, 신라금관, 백제대향로 사진을 제시하며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찾고 그 용도, 의미 등을 탐색해 나가는 과정이다. 일번적인 문화재 수업에서 우리는 그 유물의 가치를 기존 학자들의 견해를 전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가령 신라의 문화재는 화려하고 백제의 문화재는 소탈, 고구려의 문화재는 씩씩하고 용감하다는 등의 도식화된 학설과 박제화 된 문화재.

“여러분, 당연하다고 여기지 말고 단순한 것에서부터 의문을 가져보세요.” 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수업에서 교사는 일체의 선입견과 기존 지식

 

을 배제한 체 순전히 아이들의 상상력과 탐구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아이들은 향로에 대해 ‘향그릇’, ‘고구마 쪄먹는 그릇’, ‘재물 태우는 소각로’ 등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천마도에서 ‘저승마’, ‘신의 모습’, ‘왕의 말’, ‘왕의 상징’ 등 도무지 제어할 수 없다. 문제는 교사의 열린 생각. 결론을 강요하지 않으며 교과서를 ‘덮고’ ‘비밀 캐기’에 들어간다. 아이들의 집중력은 배가되고 개인별, 모둠별 협력과 배움은 활발하게 이어진다. 얼마 전 경주 천마총 천마도의 동물이 말이 아니라 기린이라는 새로운 학설이 제기되었다.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사건이다.

2011. 8. 21.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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