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꽃으로 세상을 보는법

짱구쌤 2017. 6. 11. 11:52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꽃으로 세상을 보는 법 / 이명희, 정영란 / 호수도서관]

 

생태인문학

목요일 저녁, 동료들과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생태도시답게 정기적인 생태인문학 강의가 열리는데 이번에 처음 참석하였다. 올해 시작한 학교 내 생태교육인 [첨산 들기]를 진행하면서 함께 공유하고 싶은 강좌다 싶어 선택하였다. 지난주에 함께 본 다큐 영화 [노무현입니다]도 그랬지만 강의를 같이 들으며 깊은 유대감을 느꼈다.

이름도 생소한 생태인문학, 인문학자와 자연과학자의 공동 강의는 그 자체로 솔깃했다. 함께 근무했던 교장선생님 부부도 뵈었고, 작년 우리 반을 지도해 주시던 생태 해설사님도 만났다. 강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과 진지한 배움의 시간을 보냈다.

 

귀화식물은 뽑아야한다?

귀화식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는 강의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첫 질문이었었다. 대다수는 귀화식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였는데, 인문학자는 다문화와 혼종성을 거론하며, 자연과학자는 질긴 생명력과 종 자체의 아름다움을 들어 귀화식물을 옹호했다. ‘혼혈틔기라 비하하고 배척하는 단일민족 순혈주의는 900여 차례의 외침의 역사에서 얼토당토 않으며, 오히려 다문화가 주는 다양성과 융복합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귀화식물인 서양등골나물을 제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세간의 인식은 아름다움을 간과한 것이라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약간 세심하게 들여다 볼 문제도 있다. 서양등골식물은 자체로 아름다운 꽃이지만 양미역취, 미국자리공 등과 함께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된 식물이다. 생태교란생물은 외래종 중 다른 종의 번식을 가로막아 생물다양성을 저해하는 식물과 동물을 말하는데 뉴트리아, 베스, 블루길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문제의식은 의미가 있다. 몇 해 전에 아이들과 함께 순천만의 갈대를 위협하는 양미역취를 제거하기 위한 봉사활동을 실시한 적이 있었는데, 담당 선생님의 당부가 인상적이었다. “순천만의 갈대숲을 위협하는 양미역취를 뽑을 때에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 좋겠어요.” 생태감수성이다.

 

꽃처럼 한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저자의 권유로 들어본 위의 노래는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사가 주는 울림은 컸다. 사람이건 자연이건 한철만 사랑해 줄 것은 없다. 스산하지만 겨울나무의 버림과 떨굼의 지혜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오뉴월의 초록잔치는 눈요기와 유희의 수단에만 머물 것이다. 첨산의 사계를 두루 살피는 것은 부족하지만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지이다. 봄은 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함께 맞는 비의 공감이 필요하다.

강의의 최상은 공감이라 하였다. 생태인문학 책을 쓴 저자들의 강의는 조금 아쉬웠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보아도 그렇다. 정보를 전달받기보다 생태감수성을 확인하고 싶은 이들의 여망을 느꼈다면, 유튜브 영상이 아니라 자신들의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강의를 즐기기보다 평가하는 꼰대짓이 어김없이 나오려나 보다. 이쯤에서 그만. 일단 저자의 책을 사서 읽어보는 게 순서이다. 공부하고, 사랑하고, 느끼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2017. 6. 11.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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