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아, 쌤은 해장으로 회를 좋아해. 후회!”
“지난 일 년 동안 유심히 관찰한 결과, 짱구쌤께서는 손 편지와 콩나물을 좋아하셔서 이렇게 준비했습니다.”
“손 편지는 그런다하고 콩나물은 뭐냐?”
“급식 시간에 콩나물국 드실 때 내는 소리를 들었어요. 정말 맛있게 드시더라고요.”
“니 오해야. 난 해장으로 콩나물국보다는 회를 좋아해. 후회!”
“....”
초등학교를 졸업한 동진이는 스승의 날이 한창 지난 어느 날, 검정 봉다리에 넣은 콩나물과 손 편지를 들고 교실로 찾아왔다. 깨알 같은 글씨로 반듯하게 쓴 손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사랑하는 이장규 선생님께
6학년을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을 만나는데 혹시 키가 작아 놀림을 받지 않을까, 말 한 번 잘못했다가 왕따 같은 것을 당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걱정을 많이 했는데 두 달 생활하니 완벽하게 적응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가장 우려하시는 컴퓨터 사용시간! 이제 게임도 2주전까지는 1주일에 한 판 정도 했는데 이제는 안 해요. 그냥 끊었습니다. 가끔 선배들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 PC방 조금 다니지만 집에서는 게임 안하고 인터넷 강의를 꾸준히 들어볼 작정입니다. 그런데 요즘 제 공부를 방해하는 또 한 명의 친구가 있답니다. 그 이름은 배드민턴, 요즘 배드민턴에 푹 빠져서 수업 집중이 잘 안되고 쉬는 시간만 기다려요.(생략)
‘걱정병’을 달고 사는 동진이는 똑똑하고 사려 깊지만 지나친 컴퓨터 사용과 애늙은이 같은 신중함 때문에 쉽게 정이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일 년 간 우리는 관계를 훼손하지 않고 그런대로 잘 지냈다. 몇 가지 매듭을 잘 지어주지 못한 체 졸업을 시킨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었는데 ‘검정 봉다리’에 안심했다.
무상 AS기간 1년
기말시험을 앞두고 동진이 소식이 궁금해서 동생인 동원이에게 물었다.
“동원아! 동진이 형은 요즘 공부 열심히 하냐?”
“아뇨. 나중에 수능 한방으로 끝낸다고 놀아요.”
“아니 이 녀석이, 어디서 잘못된 정보를 듣고! 다음 주에 교실로 한 번 오라고 해라.”
졸업 후 1년은 무상 AS기간이다. 언제든지 찾아오거나 편지를 하면 맛있는 차와 함께 고민을 들어주기로 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작년 졸업한 아이들이 찾아온다. 매일
“야 이놈아, 수능 한방이라니? 어디서 찌라시를 보고”
“헤헤. 그러게요”
별량초 교사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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