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생태연수를 마치고

짱구쌤 2016. 8. 5. 17:04

 

 

[연수 후기]

 

공부의 결정적 순간, ‘!’

[2016 초등교원 생태교육 직무연수 / 81~ 4/ 국립생태원]

 

24가지 직업군을 가진 개미

20년 전 1급 정교사 연수를 받을 때, 강사로 나온 교수 한 분은 나중에 전남교육감이 되었다. 불명예 퇴진을 하긴 했지만 그 강의의 핵심 키워드는 선명하다. [자녀발달의 결정적 시기]. 글쟁이 유시민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다가 !”하는 결정적 순간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들을 안쓰러워한다.

생태교육을 접하면서 만났던 결정적 순간이 두 번이다. 2011년 인안초에서 아이들과 함께 겨울 들녘에 먹이를 주고 가서 마주했던 흑두루미. 눈앞에서 1미터가 넘는 생명체가 추는 춤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일상에서 생태교육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순전히 그때 만난 흑두루미 때문이다.

이번 연수에서는 단연 개미였다. 10미터가 넘는 개미마을에서 수천마리가 제각각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여왕개미의 지휘 아래 24가지 직업군을 가진 개미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나뭇잎을 찢어 옮기는 일개미, 그들을 지키고 감시하는 병정개미, 배설물과 찌꺼기를 제거하는 개미, 집 짓는 개미, 사체 옮기는 개미 등 분업화된 개미조직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들 !’ 결정적 순간을 만난 것이다.

 

국립생태원의 생태연수

그 인안초에서 3학년 아이들과 겨울갈대밭 둑을 걸으며 동물들의 흔적을 찾아 공부한 적이 있다. 생태해설가님은 발자국과 배설물만으로도 동물들의 생활을 이야기 할 수 있었다. 그때 참고한 책이 [동물 흔적도감]인데 이번 연수에서 저자를 만나 강의를 들었다. 동물, 식물, 해양생물, 미생물, 생화학 등 강사는 모두 박사급, 내용은 깊었고 강의는 진지했다. 국립생태원에서 실시하는 생태연수다웠다.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의 강의를 직접 들은 것도 의미가 컸다. 2년 전에 순천시의 One City one Book [생명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의 저자 강연으로 만나 국립생태원의 시작을 알렸는데 2년이 지나 직접 찾아와 강연을 듣게 될 줄이야. 행정가로서의 여러 경험보다는 역시 생태학자 최재천의 이야기가 좋았다.

최재천 원장이 청년 시절에 남미의 열대에서 만난 개미와 전갈이야기나, 동물 흔적도감을 쓴 최태영 박사의 발자국 이야기, 4대강 사업으로 나타난 큰빗이끼벌레 3년 탐사, 두루미 연구가인 유승화 연구원의 새 울음 이야기는, 우리가 인간이기 이전에 지구생명체의 하나인 호모사피엔스임을 일깨워주었다.

 

고라니는 우리나라 고유종

연수의 가장 좋은 점은 지식과 안목의 확장이다. 새롭게 안 사실이 참 많았다. 황사와 미세먼지, 해면동물과 해조류 생태, 외래생물의 습격, 우리 숲의 건강함 등이 그것이었는데, 무엇보다 에코리움에서 직접 동식물을 보면서 연구원들의 해설을 받은 게 좋았다. 고라니는 사슴과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뿔이 없는 한국 고유종이라는 사실, 호랑이는 일제 때 말살 되었지만 실은 조선 때부터 조직적으로 잡기 시작했다는 점, 여왕개미는 몸 밖으로 흐르는 호르몬인 페르몬을 통해 개미에게 명령을 전달한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전국에서 모인 초등 교사들의 열정적 배움에 나도 덩달아 열심히 하게 되었다.

 

Back to the Nature. Back to the Basic

연수 내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다양성이다. 어느 생태계이든 생물다양성이 높아져야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다는 것이다. 숲이 소나무 한 가지 일색일 때, 호수가 베스에게 점령당했을 때, 습지가 양미역취에게 자리를 내어주었을 때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취약한 구조가 되어 그곳은 위험하게 된다. 어디 자연 생태계뿐이랴. 사람 사는 세상도 그러하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폭력이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생물의 종다양성을 배우는 연수에게 정작 사람들은 다양성을 쉽게 포용하지 않는 듯 보였다. 특정한 기질의 사람을 배척하고, 지역과 성별로 끼리끼리 어울리는 배타성이 연수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다. 그것을 알았는지 연수의 마지막 강사는 자연에서 배우고 기본을 지키자고 하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국립생태원의 생태연수에 걸맞지 않은 환경의식이었다. 종이컵 등 일회용품이 난무하고, 에너지 절감을 위한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일상적인 생태교육은 먼 구호처럼 보였다. 그래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이고, 또 가슴에서 발까지 여행이라고 했을 것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201685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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