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부용산 생태학습을 다녀와서

짱구쌤 2016. 4. 30. 20:38

 

 

오늘은 연초록!

[부용산 생태기행 / 2016. 4. 30]

 

길가상나무

선생님! 저 나무 이름이 뭐에요?”

, 길가상나무!”

! 길가상나무.”

길가에 서 있으니 길가상, 논가에 서있으면 논가상나무?”

에이, 뭐에요

생태교육하면 우선 나무와 꽃 이름을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부지런히 연수를 찾아다녔지만 외우기가 젬병이어서 좀 지나면 도루묵. 도감을 들고 나가 이름 찾는 것을 생태교육의 전부라 여겼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가능하면 자연을 느끼며 놀다가 온다. 이른바 생태감수성을 생각한다.

 

생태감수성

며칠 전 반 아이들과 첨산에 갔다. 학급특색인 [첨산지킴이]활동이었는데 해설사님을 모시고 걷는 내내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즐거워했다. 하늘거울로 본 연록의 잎사귀들에 황홀해 했고, 포식자로부터 자기를 지키기 위해 잎에 얼룩을 만들어 놓은 청미래덩굴에 놀라곤 했다. 무엇보다 볼을 간지럽히는 바람과 경쾌한 새소리에 오감을 맡기는 모습은, 늘 힘들게 오르던 학교 뒷산에서의 그것과 다른 것이었다.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눈앞에서 날개를 펼치는 흑두루미를 보고 나서는, 짝짓기를 위해 등지느러미를 세우는 짱뚱어를 보고부터는 지금처럼 사는 것을 돌아보게 되었다. 자연에 대한 경외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그랜드캐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알게 해 준 나의 생태스승은 씨앗, 박향순 선생님이다.

 

 

 

씨앗과 쟁기

같이 사는 이를 쟁기라 하고 자신을 씨앗이라 부르는 박향순 선생님과 3년 동안 함께 근무하는 동안 아이들과 동료들은 많이 변했다. 순천만을 가까이 둔 우리들은 그곳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몸으로 배워갔다.

오늘 부용산에 들기 위해 오랜만에 만난 박선생은 건강상 단식 중이었는데 표정만은 편안해 보였다. 6년 동안 아이들과 드나들었던 부용산에 오면 편해진다고 했다. 자연에 들기 전에 마음가짐을 잡아야 하고, 자연에 들어서는 오감으로 느끼고, 나와서는 기록하고 표현해야 생태교육이 제대로 된다고 한다. 엊그제 다녀온 첨산에 대해 그럴싸한 대형 벽신문을 만들어 학교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았더니 만든 이도, 보는 이도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살면서 어려울 때 꺼내보는 추억의 사진처럼, 자연 속에서 행복했던 기억을 기록하고 모아두어야 오래 남는다고 당부했다. 부용산에서 나와 씨앗과 쟁기샘이 사는 아름답고 소박한 집에서 차를 마셨다. 거침없이 살면서 놓쳤던 것들이 늦게나마 보여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씨앗샘 집 거실에 걸린 액자에는 그 집 식구들의 철학이 적혀있다. “적게 사고 소박하게

 

아름다운 부부

8명의 성인과 2명의 미성년이 함께 종일 즐거웠다. 숲에서 부를 이름으로 연초록을 정했다. 산마다 연하게 심어져 있는 초록빛이 좋아보였다. 솔잎으로 소나무를 구별하고, 청미래덩굴로 왕관도 만들어 보고, 솔방울 던지기도 했다. 따라온 아이들은 막대기만 있어도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놀이에 빠진 듯 까르르댔다. 이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는 누구보다 즐겁게 산에서 놀았다. 아빠의 육아휴직으로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고, 엄마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부용정에서, 아빠가 잠든 아기를 품에 안고 이야기하는 마지막 장면은 참 아름다웠다. 가정에서든 세상에서든 늘 함께하는 가족이 흐뭇했다.

 

부용산과 첨산

동피랑보다 훨씬 아름다운 벽화가 있는 월곡 마을을 지나 부용산에 오르고 완만한 산길을 걸어 다시 그곳으로 내려오며 가만히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노래 [부용산]을 읊조리며 자연의 소리를 들었다. 부용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향순샘은 첨산에도 있을 이야기를 모아보라고 했다. 첨산 둘레에서 오래 살아왔을 지역 어른들께 첨산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사람의 발길과 자연의 숨결을 함께 배우는 [첨산지킴이] 학습을 그려보았다. 부용산을 걸으며 내내 첨산도 걸었다.

2016430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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