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수업에세이2] 감자칩과 질소

짱구쌤 2014. 6. 23. 14:53

 

 

[수업에세이2]

감자칩과 질소

-619일 문철민 선생님. 5학년 수학과 수업을 보고-

이장규

 

#1. 나는 다소 심하다 싶을 만큼 내가 쓴 글이나 작품을 자주 보는 편이다. 오래 전에 만들었던 학급신문과 독후감을 읽으며 잘 만들었네. 글이 제법 늘었어!”하며 혼자 흡족한 웃음을 짓기도 한다. 수업을 하다가 즉흥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한 수업이 잘 풀리는가 싶으면 어김없이 그 자기 만족적인 에너지가 분출되면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남 보기 다소 민망한 이 모드는 물론 혼자 있을 때 하지만 가끔 남에게 보일 때도 있다. 전문의인 건국대 하지현 교수는 이를 두고 허세라고 하였다. 자존감이 점점 낮아지는 시대에 더욱 필요한 허세는 감자칩을 온전히 보전해 주는 질소처럼 우리의 자아를 다소나마 보호해 준다고 하니 꼭 멀리할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한껏 에어백을 만들어주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질소는커녕 얇은 비닐봉지도 씌우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번에 수업을 공개한 문철민 선생님이다.

 

#2. 수업은 눈이 휘둥그레질 공학 기기가 많이 등장하였다. 더블 모니터에 핸드폰과 패드를 이용한 이른바 스마트 수업은 문철민샘의 장점을 한껏 살려주었다. 약간의 무대공포증을 가진 이 에어백 선생님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할 때에는 주저함이나 막힘이 없었다. 직육면체와 정육면체의 이름을 찾고, 특징을 정리하는 수업은 본인의 성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할지라도 전체적으로 매끄러웠다. 학교의 가치인 배움과 나눔을 위한 협력 수업 형태가 시연되었고 한 명의 소외도 없이 모두 배우고 있었다. 주로 관찰했던 한 아이는 23분 만에 손을 들고 의견을 발표했지만 수업에서 뒤처지지는 않았다.

 

#3. 수업이 단위 시간만의 결과일 수는 없다. 수업은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배움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여 학급운영은 수업에서 꽃피운다. 수업자 선생님은 가장 먼저 교실 문을 열고 아이들이 오기를 정성으로 기다린다. 교실은 늘 정갈하며 우리 모두의 에어백인 것처럼 아이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자 한다. 가능한 많은 체험을 준비하고 그 결과는 항상 반듯하게 정리되어 가정에 전달된다. 공개된 수업에서 평소의 세세한 운영이 다소 삐꺽거렸다 해도 걱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수백 시간 중 한 시간에 불과한 공개수업은 어차피 공개수업이니까. 그것조차도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보았으니.

 

#4.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주변에 대한 배려는 늘 우리를 감동시킨다. 이제 그가 누릴 차례다. 자신을 온전히 지킬 자기 긍정 에너지는 적당한 허세와 고집이 어느 정도 습관화 되어야 한다. 선배랍시고 가끔 물어봐 주는 그에게 허세의 기술을 알려줄 생각이다. 이제 다시 내 수업을 생각한다. 협력해서 배울 때와 혼자 생각할 때를 잘 구분 짓고, 보다 효과적으로 배움이 전달될 수 있는 스마트 수업도 경원시 하지 않는 균형 잡힌 수업에 다가서는데 많은 도움이 된 수업이었다.

수업에세이2.hwp

2014623. 순천인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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