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수업에세이-익숙함과 낯섦 사이

짱구쌤 2014. 5. 30. 08:49

 

 

[수업에세이] 5.21

 

익숙함과 낯섦 사이

이장규

 

#1. 파마와 낯섦

파마를 하고 맞이한 첫 스승의 날, 아이들이 그린 담임 얼굴은 아줌마 일색이다. [여러 가지 문제연구소] 김정운 소장이 [남자의 물건]에서 제안한 중년 남자 파마하기2년 만에 화답한 결과는 아직까지 적응 안됨이다. 그가 파마를 제안한 이유는 익숙함에서 벗어나기일 터인데 그것만은 성공한 듯싶다. 거울 속 낯선 얼굴이 그러하듯 나를 만나는 사람들의 뜨악함이 재미있다.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익숙함은 편안함을 가져다주지만 때로는 그것이 정체와 고인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에게 수업이 지금 그렇다.

 

#2. 내 아이만 바라보지 않기

학부모 공개수업에서 부모들은 대게 내 아이에만 주목한다. 그래서 여러 경로를 통해 학급 전체를 보아달라고 당부 드렸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나 여러 아이들의 배움을 관찰하고자 노력하는 것 같았다. 도덕 수업은 진정한 孝道를 알고 실천하려는 마음 갖기를 주제로 펼쳐졌다. 바쁘신 중에도 15가정이나 참여한 수업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몇 몇 아이가 주도하는 수업보다는 모두가 고루 참여하는 수업이기를 바랐고, 아이들은 그런 바람을 읽었는지, 아니면 부모님 앞에서 신이 났는지 모르지만 활발하게 발언하고 참여했다. 교과서의 사례를 내 경험으로 이야기하고, 효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토의하고 발표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펼침 카드를 작성하여 한 명씩 발표하고 촬영하였다. 사진을 부모님께 전송하고 부모님의 반응을 다음 날 수업에서 공유하였다. 다른 아이들의 발표, 부모들의 격려 메시지를 모두 공유하면서 내 아이의 수준과 기대를 가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 아이만을 주목하면 모두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학급의 분위기,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 등 전체를 관통해야 가 잘 보일 것이다.

 

#3. 배움과 나눔

우리는 이번 수업을 앞두고 배움나눔에 주목하면서 수업을 공개하기로 하였다. 컨설팅을 요청하고, 우리의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목적의식적인 수업 관점을 세워가기로 하였다. 학부모 공개수업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 수업 참관 수준을 상당히 올렸다고 생각한다. 수업 후 제출한 참관록을 읽어보면 어렴풋하게나마 우리 학교가 추구하는 수업의 지향점을 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즐겁게 두려움 없이, 한사람의 소외도 없이 배우는 것은 모든 수업의 목표이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서로 함께 나누는 협력학습을 실시한다. 본 도덕 수업에서는 모두가 각자 자신의 효 실천 의지를 펼침 카드로 작성해 가면서 시종일관 수업에 집중하게 하고 싶었다. 혼자만의 생각보다는 모둠원들과 나누는 토의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갈고 닦길 바랬다. “시험 볼 때를 제외하고는 친구들과 도와가면서 공부하라고 늘 말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나누고 터놓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수업 상황에서만 해결 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다양한 학급 살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는 생활 태도가 길러져야 하리라 믿는다. 학급운영의 중요함이 거기에 있다.

 

#4. 다시 익숙함에 대하여

동료 선생님께서 농처럼 지난해와 올해 선생님의 모습이 다르다고 하셨다. 그럴리가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주위에서 그렇게 느꼈다면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아마도 익숙해져서 나도 모르게 나타나는 관성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난 지금의 학교와 교실의 수업이 익숙하고 편안하다. 그 어느 때보다 여유를 느끼며 산다. 파마는 그런 익숙함에 대한 나름의 탈피 선언이다. 익숙함에 안주하는 순간, 고리타분하여 한발짝도 떼지 못하는 꼰데가 될 수도 있다. 수업이든 생활이든 도전하고 깨우치는 것, 그것이 이장규답다. 몇몇이 보내는 갈채에 주저앉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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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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