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원고] 작은학교가 쏘아올린 희망

짱구쌤 2014. 2. 8. 16:42

 

23 105, 순천만에 뜬 희망무지개

- 작은 학교의 가능성을 보여준 순천인안초의 3년 여정 -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를 문 닫게 할 수는 없다

2011년 전교생 23명이었던 순천인안초등학교는 폐교가 되는 듯 했다. 계속 줄어드는 학생 수로 급기야 4학급 복식이 되고 보니 학부모들 역시 그것이 낫다고 결정하였다. 그해 새로 부임한 교사들은 가까운 거리에 정원 같은 순천만을 둔 작은 학교가 그냥 사라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다행스럽게 인근의 송산초가 작은 학교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고, 순천지역의 여러 교사들이 새로운 학교에 대한 관심으로 모여 공부하고 있어 함께 방법을 고민할 수 있었다. “작은 학교로 오세요.”라는 소박한 현수막을 걸었더니 거짓말처럼 학교에 사람들이 찾아왔다. “보잘것없는 시설이지만 아이들과 눈 맞추며 순천 만에서 배우겠습니다.” 라는 말을 믿고 아이들이 하나둘 씩 늘어나더니 다음해 초에 45, 6학급이 되었고 지금은 105명의 근사한 학교로 성장했다. 교실이 없어서 비닐하우스를 지어 공부했지만 지금은 동화 같은 도서관과 멋진 체육관이 들어섰다. 오고 싶은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입학추첨을 하고 전입대기자를 두고 있다. 시작은 오직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가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서로 힘을 모으면 두려울 게 없다

무엇이 있어 쇠락하던 학교가 생기를 되찾았을까? 여러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단연 첫 번째는 교사들의 열정과 책무성이다. 새로운 학교의 교육과정을 배우기 위해 연구회에서 공부를 하고, 교직원들과 수업방식, 학교 혁신에 대한 책도 나눠 읽었으며, 우리 학교에 맞는 교육과정을 짜고 수업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작은학교교육연대 전국워크숍]이나 [전국 참교육실천대회]에 참여하여 다른 학교와 지역의 좋은 사례를 배우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교육에 대한 열정과 헌신을 가진 교사들의 집단 지성이 모이면 불가능할 것은 없어보였다.

 

순천만에 기댄 교육과정을 만들자

똑같은 판박이 교육과정은 작은 학교에 어울리지 않는다. 학교와 지역에 뿌리를 둔 특색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했다. 천혜의 순천만을 둘러싼 사람과 자연이 교육과정에 들어와야 한다. 순천과 순천만을 상징하는 생태를 키워드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하였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흑두루미 프로젝트]이다. 순천만에 날아드는 흑두루미가 편히 쉴 수 있는 논과 갯벌을 만들기 위해 유기농 농사를 짓고, 순천만의 생태를 체험으로 알아가는 장기 프로젝트(연간 50시간 이상)는 이제 2년을 지나 인안을 대표하는 교육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그 속에는 농부, 생태해설가, 공무원 등 지역의 사람들이 아이들과 함께한다. 여기에 학년도전활동을 더해 선택하여 집중하는 배움을 강화하고 있다.

 

수업에 전념하도록 지원하자

2012년 무지개학교 지정과 함께 본교와 비전을 공유할 교장선생님을 초빙하였다. 임종윤 교장선생님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교직원, 학생, 학부모와 소통하며 열린 리더십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작은 학교가 놓치기 쉬운 핵심역량을 세우고 끊임없는 격려로 교직원의 자발성을 이끌어낸다. 105명 규모에 맞는 학교의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동창회, 지역사회 등과 인안교육을 공유하는데 열정적이다. 수업하는 교사가 아이들의 학습과 생활지도에 전념하도록 모든 시스템을 구성하고자 노력하였다. 교감선생님은 교무행정팀장을 맡아 일체의 업무를 전담한다. 전남교육청의 교원업무경감을 뛰어넘는 전면적인 재구조화이다. 학교의 주요 행사가 있으면 모든 직원은 선생님이 된다. 지리산 도전활동 때는 안전지킴이로, 벼베기 때는 숙련된 조교로 인안교육에 한 축을 담당한다.

 

순천만 지킴이 학교를 꿈꾼다

아이들이 설계하여 조성한 생태연못과 너른 훈련장을 갖춘 동물사육장은 아이들이 등교하여 첫 번째로 들르는 곳이다. 연못 속 물고기를 살피고 간밤에 닭과 토끼, 기니피그가 무사했는지를 보고서야 교실로 들어간다. 순천만에 날아든 흑두루미의 개체수를 세는 [흑두루미 모니터단]2013년 출발했다. 지금은 어른들 틈에 끼어 개체수 카운터 방법을 익히는 단계지만 곧 우리 아이들이 센 흑두루미 개체수가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순천만 자락에 위치한 인안초등학교가 단순히 23명의 학생을 105명으로 늘린 지점에 머무르지 않고 지구의 정원이라 불리는 순천만을 오래도록 지켜가는 환경파수꾼들의 학교가 되기를 희망한다. 오늘도 365일 행복한 학교를 꿈꾸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인안뜰로 퍼져나간다. 희망의 무지개다.

순천인안초 교사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