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수업에세이4] 좋은 사람은 이미 좋은 세상이다.

짱구쌤 2014. 7. 14. 13:08

 

[수업에세이2014-4]

 

좋은 사람은 그 자체가 좋은 세상이다

-711. 조아라 선생님의 2년 국어과 수업을 보고-

이장규

 

경쾌함

지난 12,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 갔다. 해마다 있는 야구장 현장학습이지만 올해는 새로 생긴 구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조금은 들떠서, 애써서 아이들과 만든 응원 피켓을 통째로 차에 두고 오는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것에는(심지어는 야구에도) 안중에도 없고 매점과 간식으로 한껏 행복해했다. 탁 트인 운동장, 편안한 좌석도 좋았지만 갈 때마다 업그레이드되는 응원과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로 인해 대패의 쓰라림 쯤은 금새 사라졌다. 경쾌함, 나이 들면서 사라져가는 그것이 점점 부러워진다. 당일 이 바쁜 와중에 수업이 공개되어 미쳐 격려와 감사 인사도 못 전한 이웃 반 조아라 선생님은 그런 경쾌함을 가진 분이다.

 

게시판 토론

수업이 있었지만 스마트 기기 덕분에 우리반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열심히 집중하고 있었다. 짬짬이 들러 본 2학년 공개 수업은 국어과 [재미있는 말을 넣어 문장을 써 보기]이다. 자신의 경험을 앞 다투어(?) 발표하고 재미있는 말을 포스트잇에 써서 칠판에 붙인 후 그것을 넣어 문장을 쓰는 수업이었다. 모두가 즐겁게 수업에 집중하고 배워야 할 것을 잘 배운 훌륭한 수업이었다. 포스트잇 붙이기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알 수 있는 좋은 장치였다. 여러 사람의 생각을 모으고 그것을 요목화 하는 [게시판 토론]은 오래 전부터 사용하는 수업 방식이다. 누구도 소외됨 없이 참여하고 의견을 반영하는 이 방식은 애초 기업체의 아이디어 회의에서 유래되었으나 이제는 수업 현장에서도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스프레이 풀과 전지, 색지를 이용한 번거로운 형식 때문에 쉽게 쓰지는 않았는데 대형 포스트잇을 이용하니 간단히 문제점이 해결되었다. 그렇게 큰 포스트잇을 처음 보았다.(..) 아라샘과 나의 차이는 스프레이 풀과 포스트잇 정도일 것 같다.

 

낭랑한 삶의 변주들

원어민 영어 마이크 선생님의 수업은 항상 높은 톤 “Are you happy?”로 시작한다. 축 쳐져있던 아이들은 “No!”라고 답하고, “Are you hungry?”로 되물으면 엄청 큰 소리로 “Yes!”가 합창된다. 내내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1학년 위선생님, 2학년 조선생님의 수업을 본의 아니게 듣게 된다. 저학년 특성상 조금 높은 톤이 기본이지만 이 세 분의 공통점은 낭랑함에 있다. 듣는 사람을 업 시켜주는 경쾌한 발놀림이다. 조선생님의 또렷한 경어체는 안정감과 생기를 동시에 전한다. 다소 위압적으로 들리는 나와 다른 변주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세상

22년 교단에 서면서 꿈꾸었던 학교의 모습에 가장 가까이 다가와 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삶을 나눌 수 있어 좋다. 좋은 사람은 그 자체가 좋은 세상이라 믿는다. 그 사람들과 지낼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아깝고도 아깝지만 지금 여기서 행복하니 더할 나위 없다. 행복한 경험은 내내 삶을 지탱해 줄 것이다. 행복한 에너지를 전하는 선생님과 생활하는 아이들이, 행복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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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14일 순천인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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