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밀양 2차희망버스를 다녀와서

짱구쌤 2014. 1. 26. 15:12

 

밀양, 다시 생각하는 참교육

 

밀양2차 희망버스를 다녀왔다. 지난 1차에 참가를 못한 아쉬움 때문에 신청했는데, 이번에도 1박2일을 소화하는 다른 참석자들을 뒤로하고 당일 일정만 마치고 귀가했다. 4천명이 넘게 달려온 2차 희망버스는 밀양시내 6km를 세 시간여 걸으며 고립과 두려움에 지친 할매, 할배들을 위로했다. 그분들의 절규 “희망버스 여러분, 우리의 손을 놓지 말아주세요.”는 모두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전교조는 이번에도 당당히 연대와 투쟁에 화답하였다. 이곳 전남동부지역에서도 40여명 이상 참석하여 지역 연대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투쟁의 현장에서 자주 뵈어온 동지들의 헌신 덕분이다.

이번 밀양투쟁을 비롯하여 지난번 제주 강정, 부산 한진에 이르기까지 빼놓지 않고 참가하여 나같이 설렁설렁한 활동가들에게 따끔한 회초리를 들어주는 동지들이 있다. 주로 현 본부와 전남지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는 분들인데, 이분들의 헌신적인 활동은 언제나 존경스럽다. 방학을 이용하여 장기투쟁 사업장을 순회 방문하여 몸소 연대를 실천하기도 한다. 1인 시위, 피켓 선전전, 조퇴 등 투쟁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반면 현 지도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활동가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소극적인 수준을 넘어 배타적이기도 하다. 그간 전교조의 사회민주화 이력에 비추어보아 이례적이다.

 

진보교육감 당선을 계기로 확산되어온 혁신학교와 학교혁신운동은 전교조 참교육의 지평을 넓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지역도 빠른 속도로 학교 혁신운동이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하나 드는 의문이 있다. 학교혁신운동을 주도하는 분들의 면면이 공교롭게도 현 집행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분들이라는 것이다. 이번 방학에도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작은학교교육연대, 무지개학교 연수, 전국참실대회 혁신분과 등 혁신학교운동의 장이 여럿 있었는데 아까 그 연대투쟁을 가열 차게 하는 동지들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높은 조직율을 가진 지회에서조차 전무한 혁신학교 사업으로 인해 혁신학교가 섬처럼 고립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혁신학교(무지개학교)를 끌어가는 주체들 역시 편중되어서 혁신학교가 마치 어느 한 진영의 전유물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나는 전교조의 참교육을 학교와 교실의 실천활동과 사회민주화운동의 영역까지 포함하여 이해한다. 많은 사람들 역시 그들과 그들이 속한 학교의 참교육 실천과 사회민주화 투쟁에 전교조가 기여하였기에 지지와 기대를 표현한다. 중앙집행위, 대의원대회 등 전교조의 공식 기구 역시 이것을 조합한 사업계획이 통과되어 집행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많은 활동가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취사 선택하는 ‘편리’를 보여주었다. 그로 인해 당연히 그들이 속한 학교와 지역의 조합원들도 편향적인 활동을 하는 앓이가 계속되어 왔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잘 날 듯, 전교조는 학교혁신 운동과 사회민주화 투쟁의 조화가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참교육이 ‘학급혁명’에 그치지 않고 ‘교육혁명’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일제고사와 성과급이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참교육의 가치는 빛나게 되리라 믿는다.

 

이쯤 되면 오해를 살만도 하다. 나는 무엇을 평가하거나 조언할 위치에 있지도 않으며 능력도 갖지 못하였다. 다만 오랜 시간 다소간의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한 번쯤 이야기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쓸 뿐이다. 난 전교조의 참교육을 잘 실천하고 있는 훌륭한 활동가 몇 분을 알고 있다. 광양중등의 장**, 정** 선생님(누가 된다면 죄송합니다) 같은 분들이다. 자신의 학교(광양여중)를 혁신시키는 일이나 지역 사회•노동운동과 연대하는 일에도 늘 열심이다. 내가 아는 한 이분들은 어느 입장에 서지 않고 늘 전교조의 대의를 실천한 분들이다. 조직은 효율성을 주지만 협소함과 경직성도 동반한다. 나는 이글이 부메랑이 될 것을 모르지 않는다. 손쉬운 양비론이나 “너는 잘하고 있냐?”의 비판은 달게 받을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헌신적인 활동가가 모여 있다고 믿는 전남에서 서로의 짐을 조금씩 나눠가지며 반갑게 만나기를 희망한다.

2014년 1월 26일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