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72욕망해도 괜찮아-김두식

짱구쌤 2012. 12. 31. 09:46

 

 

제보다 조금 더 평안하고 자유롭게

[욕망해도 괜찮아 / 김두식 / 창비 ]

 

 

“아빠, 무슨 책 봐.”

“욕망해도 괜찮아.”

“욕만 해도 괜찮아. 왜 욕을 해도 괜찮아?”

“....”

경북대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김두식 교수는 한겨레 신문에서 인터뷰어로 알게 되었다. 자신의 표현대로 하자면 [듣보잡]이었던 그를 글로 만나게 되었는데 그 인터뷰가 참 재미있었다. 특히 정혜신 박사 부부의 인터뷰는 최고였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인상과 교수치고는 참 자유로운 생각을 가졌다고 느꼈다.

 

법학자의 유쾌한 욕망 이야기, 이 책의 주제이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통해 규범과 욕망 사이에서 색과 계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재미있게 쓰고 있다. 한 번도 제대로 선을 넘어보지 못한 자신의 삶과 늘 선을 넘으며 살아온 형의 이야기가 대조를 이룬다. 갖가지 비행으로 젊은 날을 살았던 형은 유학 다녀와서 교수가 되었다.(참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런 형이 동생에게 말한다. “너는 많은 자유와 상상력을 이야기하지만 늘 울타리 안에서 선 안에서만 살아왔다.”고 이제 너의 삶을 살아라고. 창의성이란 결국 선을 넘는 용기, 선을 넘는 사람을 만들지 못하는 사회, 선을 넘는 사람의 특이함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창의성이란 없다.

 

욕망에 대해 솔직해지기.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을 일부러 감추고 아닌 척 하다보면 위선이 생긴다. 그러니 과도하게 남의 욕망을 들여다본다거나, 남의 욕망에 무분별한 돌파매질을 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저자는 자신의 욕망을 솔직히 인정하고 잘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상 욕망을 거세하고 가두는 역할을 하는 규범에 대해 그 실체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히틀러의 마지막 벙커에서의 14일간을 기록한 영화 [몰락]에서 그토록 규율에 엄격했던 나치군의 지휘부가 소련군의 포위로 몰락 직전에 이르자 ‘아노미’상태에 이른다. 지휘 체계는 물론이고 인간으로 지켜야할 최소한의 규범도 붕괴되는 이때에 베를린 시가지는 일군의 사냥꾼들에 의해 지옥이 된다. 나치에 저항하거나 소극적인 사람들을 즉결처분하는 이들은 무너진 나치의 규범을 교본처럼 따르며 충실히 집행하는 하수인들이다. 판사, 군인, SS요원으로 이뤄진 이 소그룹 충성 사냥꾼들은 자신의 행동이 사회를 지탱하는 규범이라 믿고 마지막까지 집행자를 자임한다. (실상은 학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규범이 인간의 욕망을 마음대로 제어하는 것이 도덕적이며 합당한가? 하여 저자는 규범이 과도하게 욕망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의심해보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규범에 따라 욕망을 거두고 살면 정말 행복해 지는 거냐고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 가지에 공감했다. 첫째는 나만의 비밀의 방을 가지라는 것인데, 나만의 욕망을 감추어 둘 수 있는 비밀의 방 하나쯤은 있어야 삶에 바람구멍이 생기고 여유가 생긴다는 말에 공감한다. 둘째는 정말 절실히 깨달은 것인데 “멘토”와 “꼰대”의 종이 한 장 차이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세상에는 5%의 멘토와 95%의 꼰대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꼰대일수록 스스로 멘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으며 그들은 듣기보다 말하기를 즐겨하고, 부탁하지 않아도 서둘러 ‘멘토질’을 자처한다. 아무리 좋은 멘토라도 한발 삐긋하면 곧장 꼰대로 추락한다. 그 시간은 0.1초도. 웬만하면 위험한 멘토 노릇은 안하는 게 상책이다. 셋째는 남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인간 남성은 인간 여성보다 침팬지 수컷에 훨씬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남성이 가지고 있는 허위의식과 과장을 여러 사례로 증명합니다. 가령 큰소리로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과장하는 전화, 인맥의 과시, 잘 보이려는 허위 등은 여자에게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남성만의 유전자라는 것이다. 백분 공감한다. 내가 그러니까.

 

저자는 모범생으로 살았고, 이제 그 색과 계에 대해 좀 더 자유롭고 싶다 했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얼치기 ‘선 안의 인생’을 살고 있는 나에게 참 위안 되는 마지막 문구가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평안하고, 충만하고, 자유롭고, 남에게 마음을 여는 삶이 되길..” 위로가 되었다.

 

2012년 6월 6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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