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74멘토의 시대-강준만

짱구쌤 2012. 12. 31. 09:50

 

 

소주병이 왜 위대하냐?

[ 멘토의 시대 / 강준만 / 인물과 사상사 ]

 

신들이 왜 위대한 지 압니까? 아무 말 없이 들어주니까요. 소주병이 왜 위대하냐, 아무 말 없이 들어주잖아요.”

김제동 어록 중 일부이다. 강준만의 표현대로 하자면 그는 상향 위로형 멘토이며 그가 가진 능력 중 최고는 어려운 과거를 잊지 않는 기억 초능력이다. 어려서 아버지는 여의고 어려운 생활을 했던 그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많은 고생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지금도 그때의 어려움을 잊지 않고 늘 소외되고 눈물짓는 이들의 편에 서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저자는 우리가 그를 어떤 일방의 진영의 편에 세우지 말고 조금 더 자유롭게 놓아주자고 제안한다. 그에게 걸린 과부하가 안타깝기 때문이란다. 동의한다.

 

이 책은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의 멘토의 문제를 제기한 저자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활발한 영향력을 가진 멘토 열 세명을 분석한다. 역시 늘 시대를 먼저 읽고 전망을 제시해 온 저자답게 명쾌하다. 비전선망형 멘토 안철수, 인격품위형 멘토 문재인, 순교자형 멘토 박원순, 교주형 멘토 김어준, 선지자형 멘토 문성근, 멀티관리형 멘토 박경철, 상향 위로형 멘토 김제동, 자유개척형 멘토 한비야, 경청실무형 멘토 김난도, 열정형 멘토 공지영, 자유도인형 멘토 이외수, 재미계몽형 멘토 김영희

 

단연 첫 번째는 멘토 열풍의 장본인 안철수다. 그가 안철수 현상을 열 가지 코드로 분석하는데 흥미롭다. 엔터테인먼트 소통코드, 분배 양심 코드, ‘엄친아성공 코드, 정의공정공생 코드, 안전 개혁 코드, 이념 양극화 혐오 코드, 뚝심책임 윤리 코드, 디지털 혁명 코드, 특별한 역사적 기회 코드, 패러다임 비전 코드가 그것이다. 참 많은 자료와 생각이 있었겠다. 강준만은 김대중과 노무현을 적극 옹호하고 지지하여 대통령이 되는데 기여했다. 그는 이번 저작에서 안철수와 문재인을 주목한다. 물론 그가 처음은 아니지만 그의 지난 행적과 혜안을 감안하면 그 무게가 다르다.

 

모든 멘토들이 다 매력적이지만 나에게는 마지막 김영희 PD가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저자 역시 이 책의 말미에 멘토의 제도화를 제안해 놓았는데 그 필요성의 근거가 되는 이가 바로 김영희 PD이다. 김영희는 [일요일 일요일밤]의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기적의 도서관과 [나가수]를 연출한 예능 간판 PD이다. 그에게 명명되어진 재미계몽형 멘토는 잘 어울린다. 재미를 기본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한 그는

재미라는 것은 무시되어야 할 가치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휴머니티와 거의 동등한 가치가 재미다. 인간은 재미라는 가치가 없으면 행동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는 감동을 받고 울었는데도 재미있다고 하고, 깔깔거리고 웃어도 재미있다고 합니다. 재미는 한국 사람에게는 정말 없어서는 안 되는 가치거든요. 그러니까 재미에 대해서 함부로 생각하지 말고, 재미와 휴머니티를 어떻게 배합하는 가가 모든 프로젝트의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탁견이다. 적어도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말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렇다. 재미는 소통이며 사람들은 재미없는 계몽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저자의 말대로 진보정당과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사부로 모셔야 할 사람이 김영희다. 진보세력의 치명적인 약점은 재미가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덕적 우월감만 하늘을 찌를 뿐, 여전히 눈에 핏발이 선 이미지다.

 

강교수는 재미 코드를 정당이나 단체를 운영하는 데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강준만은 현존하는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저작자이다. 아마 경쟁자라면 이미 이백년 전 세상을 뜬 다산 선생쯤이 아닐 까 싶다. 이미 200권의 단행본을 쓴 그의 지적 욕구는 전방위적이어서 거의 모든 분야를 섭렵한다. 나에게는 그도 또한 멘토다. 하지만 그도 놓친 것이 하나 있는데 멘토꼰대의 경계이다. [욕망해도 괜찮아]의 김두식은 5%의 멘토와 95%의 꼰대가 있다고 말한다. 종이 한 장 차이는 이 둘의 경계. 그래서 김제동은 소주병을 멘토로 삼았나 보다.

 

2012. 6. 18.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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