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71현실 그가슴뛰는 마법-도킨스

짱구쌤 2012. 12. 31. 09:44

 

 

진실은 어떤 기적보다 마법적이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 리처드 도킨스 / 김영사 ]

 

 

“나의 1억8천5백만 세대 전 할아버지는 물고기였다.”, “우리는 지금 제트기보다 빠른 속도로 우주를 비행하고 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리처드는 이 보다 더 기적 같은 일이 또 있을 수 있냐고 반문한다. 세기의 마술사 카퍼필드가 육중한 비행기를 감쪽같은 속임수로 절벽 건너편으로 간단히 보내 버린다. 경악할 마술이었다. 지금은 삼성티브이 CF에 나와 “확 깨고” 있지만 그의 마술은 차원이 다른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 현란한 마술도 우리가 지금 맞닥트리는 현실의 마법에는 미치지 못한다.

 

“눈먼 시계공”.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세계적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아마 가장 많은 팬과 안티를 거느린 과학자 일 것이다.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 격돌에서나, 종교와 과학의 논쟁 속에서나 언제나 과학과 진화론의 입장에서 부인할 수 없는 명징한 과학적 논거와 잣대를 제시했던 이 전투적 과학자가 말랑말랑한 과학책을 썼다. 고희를 넘긴 노학자는 이미 30대에 과학계의 명저를 남겼고 그의 저작 이기적 유전자는 초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도 읽었지만 조금 어려웠다. 생존하는 과학자 중 가장 강력한 다윈론자인 그가 누구나 궁금해 할 것 같은 12가지 주제를 과학적 영역에서 다룬다. 최초의 인간은? 사물은 무엇으로 만들어 졌는가? 태양이란? 무지개는 왜?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우주에는 우리 뿐인가? 지진이란? 왜 나쁜 일이 자주 일어나는가? 기적이란? 동물행동학 이란 다소 생소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그 자신 호기심 많은 독자 입장에서 현대 과학이 이룩한 빛나는 성취를 가장 편안하고 보편적인 언어로 풀어 쓴 이 책은 그의 저작으로는 드물게 친절하다. 아이들과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많은 삽화가 있다.

 

난 이해할 수 없는 과학적 사실과 이론 앞에서 늘 절망해 왔다. 궁금한 것은 많은데 도무지 설명하지 못하는 나의 무지가. 우리는 한글 덕분에 세계 최저의 문맹률을 자랑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서 독해율에서 서구 여러 나라에 한참 미치지 못한 불명예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딱 나에 대한 말이다. 도대체 약간만 긴 문장이 이어지면 맥락조차 파악 못하는 답답함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러면서도 잘 사는 그것이 나에게는 기적적이다. 내 매일의 일상이 마법이라는 다소 비과학적인 이 말이 가장 과학적이며 놀랍다.

 

“나는 현실 세계에도 마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현실이기에 더 마법적이고, 우리가 그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에 더 마법적이다. 현실이야말로 가슴 뛰는 마법이다.”

“진실은 어떤 신화보다, 미스터리보다, 기적보다 더 마법적이다. 마법이라는 단어가 지닐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흥미로운 의미에서 그렇다. 과학에는 고유의 마법이 있다. 현실의 마법!”

 

도킨스의 이 말은(아니 선언은) 도저한 자신감에서 나왔다. 굽힐 줄 모르는 철저한 자신감, 나도 어렴풋이 느낀다. 교실에서, 매일 매일의 일상에서 달라져 가는 아이들이 나에게는 그렇다. 참 힘들어하면서 우리 곁으로 온 아이들이 생기를 찾고 밝아지는 모습은 감동이다. 현실이 주는 마법.

2012. 6. 6.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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