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짱구쌤 2019. 6. 23. 10:57



한 인간의 품격은 자기 공간이 있어야 유지된다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21세기북스 / 김정운]
 
‘한 일에 대한 후회’는 내가 한 행동, 그 단 한 가지 변인만 생각하면 되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그 일을 했다면’ 일어날 수 있는 변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심리적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비된다. 죽을 때까지 후회한다는 이야기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기억이 그토록 오래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p.61


‘담론적’이어야 할 학문적 개념을 ‘단언’하는 사회는 아주 ‘후진 사회’다. 사회는 ‘담론적’이어야 하고 삶은 ‘단언적’이어야 한다. 나도 시인처럼 바닷가에서 그림을 그리며 ‘천천히 늙어가리라’고 아주 ‘단언적’으로 결심한다. 어쩌다가 등 뒤로 젊은 여인들이 “어머, 화가다!”하며 지나가도 “제 화실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하실까요?”같은 허접한 수작은 절대 안할 거다. 전혀 못 들을 척, 아주 우아하게 그림만 그릴 거다. 섬에서 나는 그렇게 ‘단언적인 삶’을 아주 오래오래 살 거다! -p.69


‘공연한 불안’에 대처하는 내 나름의 해결책은 걱정거리의 내용을 노트에 구체적으로 적는 일이다. 제목을 붙여 적다 보면 걱정거리는 ‘개념화’된다. 내 걱정거리의 대부분은 아무 ‘쓸데없는 것’임을 바로 깨닫게 도니다. 아주 기초적인 셀프 ‘인지 치료’다. 불안과 걱정이 습관처럼 되어버린 이가 주위에 참 많다. 잘나가는 사람일수록 그렇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다 한들 밤마다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성공인가? ‘96퍼센트의 쓸데없는 걱정’에서 자유로워야 성공한 삶이다. 자주 웃고, 잠 푹 자는 게 진짜 성공이다! -p.83


세상을 보는 ‘창틀’은 내가 결정한 거다. 잘 안 보인다고 ‘남 탓’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튼 ‘관계 과잉’의 삶을 수시로 ‘탈맥락화’해야 내 삶을 창조적으로 만들 수 있다. 타의에 의해 ‘탈맥락화’되는 순간에도 그리 당황하지 않는다. -p.89


지금 마음이 몹시 불편하고, 모든 것이 ‘구조’의 문제이거나 ‘네 편’의 문제로만 생각된다면 방법론으로서의 ‘심리학적 환원주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내면의 뿌리 깊은 질투와 열등감이 ‘정의’라는 정당화의 겉옷을 입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 ‘내 마음’의 문제는 쏙 빼놓고 사회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짓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꼬이면 자빠진다! -p.99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그럴 줄 알았어”하는 ‘전능한 신 놀음’이 아니다. 그렇게 꼬이도록 내버려두고 뒤늦게 “내 그럴 줄 알았어”하는 신은 가짜다. ‘귀신’이다. 신은 ‘기억의 디테일’에 있다. 비겁한 미래예측이 난무할수록 아주 자세하게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p.152


손으로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인격이 가장 성숙하다. ‘결과’가 언제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인생에는 노동의 결과를 눈으로 직접 판단하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구체적인 일을 해야 심리적으로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교수, 기자, 선생과 같이 말과 글로 먹고 산 사람일수록 손으로 직접 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말년의 성품이 무난해지며 ‘꼰대’를 면할 수 있다. 아니면 컴컴한 방에서 혼자 인터넷에 악플이나 달며 삼십여 년을 더 살아야 한다. 달리 할 일이 있는가? -p.199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을 바꿔야 한다.” 은은하게 조명을 밝히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도 쭉 늘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공간이 잇어야 ‘자기 이야기’가 생긴다. ‘자기 이야기’가 있어야 자존감도 생기고, 봐줄 만한 매력도 생기는 거다. 한 인간의 품격은 자기 공간이 있어야 유지된다. 아, 자기 전에 그 공간에서 하루를 성찰하며 차분히 기도를 드려야 한다. -p.206


내 또래 인간들은 죄다 ‘자연인’마니아다. 그 수많은 프로그램 중에 이 ‘장마철 쉰내 나는 방송’이 한국 사내들에게 이토록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자유’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종류의 ‘자유’인가? 우선, 마음껏 ‘불 피울 수 있는 자유’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시선의 자유’다. 이건 한국 사내들에게 매우 절박한 자유다. 평생 ‘타자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기 때문이다. -p.211


지금 내 삶이 지루하고 형편없이 느껴진다면, 지금의 내 관점을 기준으로 하는 인지 체계가 그 시효를 다했다는 뜻이다. 내 삶에 그 어떤 감탄도 없이, 그저 한탄만 나온다면 내 관점을 아주 긴급하게 상대화시킬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멀리 봐야 한다. 자주 올려다봐야 한다. ‘저녁노을 앞에서의 하염없음’과 같은 공간적 오리엔테이션의 변화는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를 동반한다. -p.221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신이 뭘 모르는지 모르는 사람’ 세상에 어리석은 일이 ‘외로움을 피해 관계로 도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고통은 ‘불필요한 관계’에서 나옵니다. 차라리 외로움을 견디며 내 스스로에게 진실한 것이 옳습니다. -p.279


김정운의 첫 번째 꼬임에 넘어가서 ‘파마’를 한 적이 있다. 두 번째 꼬임인 ‘슈필라움’에도 넘어갈 것이 확실하다! 유쾌하고 깊은 사람이다.
2019년 6월 23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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