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손잡고 더불어

짱구쌤 2017. 3. 12. 22:50

 

한생을 같이 살아서 행복했습니다!

[손잡고 더불어 / 신영복과의 대화 / 돌베개]

 

역사적 변화는 그렇게 쉽게 진행되는 게 아니에요. 역사의 장기성과 굴곡성을 생각하면, 가시적 성과나 목표 달성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과정 자체를 아름답게, 자부심 있게, 그 자체를 즐거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 왜냐면 그래야 오래 버티니까. 작은숲(공동체)을 많이 만들어서 서로 위로도 하고, 작은 약속도 하고, 인간적인 과정을 잘 알고 관리하면서 가는 것! (319)

1,600만의 촛불로 부도덕한 대통령을 파면시켰으니 역사적인 일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역사는 한 걸음 전진하였을까? 1997년 첫 여야 정권교체, 2002년 연이은 진보정권을 수립을 이루었을 때 역사는 후퇴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지만 지난 10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래서이다. 단언하지 않고 일희일비하지도 않고 지금을 아름답게 즐기면서 자부하며 살고 싶다.

 

근대 엄청난 아픔이나 비극도 꼭 그만한 크기의 기쁨에 의해서만 극복되는 건 아니거든요. 작은 기쁨에 의해서도 충분히 견뎌져요. 사람의 정서라는 게 참 묘해서, 그렇게 살게 돼 있는 거지요. 큰 아픔을 같이 짊어지고, 소소한 기쁨을 같이 나눌 이웃 만들기. (320)

이번 탄핵심판에서 세월호 7시간은 인용되지 않았다. 두 명의 소수 의견으로 그 책임을 밝히고는 있지만 이를 지켜본 유가족들의 마음은 울분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자식을 잃은 큰 슬픔은 평생 동안 끊이지 않고 무거울 테지만 그것을 견디는 힘은 주변의 작은 위안과 공감일 것이다. 문득 지나치던 사람의 가슴에 달린 버튼 하나에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러지 않나? 학교라는 직장에서 부딪히는 많은 어려움과 갈등도 아이들과 지내는 교실에 들어서면 금방 잊혀지는 경험을 많이 한다. 별일 아닌 일인데 즐거워하고 웃다보면 좋아지는 경우처럼.

 

한 사람의 일생을 평가하는 데 여러 가지 기준이 있을 거예요. 그 사람이 세속적 가치에서 얼마나 뭘 이뤄 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인생에 시대가 얼마나 들어와 있는가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시대를 정직하게 호흡하고, 시대의 아픔을 함께하는 삶,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그런 생각이 드네요. (334)

그래서 사람들은 일부러 집회에 나가고, 봉사하고, 기부한다. 그 중에 제일은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중학교의 어느 선생님처럼 수년째 전국의 농성 현장을 찾아 모금한 돈을 전달하고 위로하는 일은 못할 지라도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억해주고 미력한 힘이라도 보태려는 마음은 동시대를 사는 사람이 가져야할 시대정신이라 믿는다.

 

지금 교육은 그 모난 부분을 깎아서 원만하게 해요. 결함을 교정하죠. 그러면 안 됩니다. 그걸 포용할 수 있는 더 큰 원을 만들어, 그 안에 모를 넣어야죠. 큰 품성을 만드는 게 인간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니까요. (290)

관계를 가질 땐,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연이 있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291)

명나라 때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친구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스승이 될 수 없고, 스승이 될 수 없는 사람은 친구가 되지 못한다.” (346)

더 너그러워지기, 충분히 기다리기, 실패할 기회주기, 다른 방법도 있음을 인정하기, 꼰대 되지 않기. “짱구쌤!”이라 불러주면 행복해진다.

 

신영복 선생님! 선생님과 한생을 같이 살아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따뜻했습니다. (유홍준의 [안목])

선생님의 1주기가 지나고 빈자리는 더욱 커졌지만 나 역시 성장하였음을 믿는다.

2017312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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