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짱구쌤 2017. 1. 24. 16:31

 

 

도대체 새들에게 무슨 짓을?

[/ 노아 스트리커 /니케북스]

 

앨버트로스. 사랑

평생 주행거리 650km(지구와 달 왕복 8), 일생동안 95%는 바다 위를 나는 새, 이혼율 0%, 날개 길이 2미터에 이르는 앨버트로스다. 태어나 6년 만에 짝짓기 할 때 추는 사랑의 춤은 보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유튜브) 지구상 포유류 중 3% 미만이 일부일처제를 고집하고, 조류는 90% 이상을 평생의 짝과 살아간다고 해도 앨버트로스의 사랑은 특별하다. 이 답답(?)한 새 앞에서 말하는 숭고한 사랑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다.

 

정원사새(바우어새). 예술

호주의 오지에서 정원사새의 정자(바우어)를 발견한 조류학자들은 모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인공조형물이 분명하다고 확신할 만큼 정교한데다 아주 예술적이기 때문이다. 오직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자는 높이 50cm로 신석기 시대의 움집 모양을 하고 있으며, 앞마당에는 원색의 정원석(열매, , 유리 조각 등)을 깔고 정자 주변을 청소기로 돌린 것처럼 깨끗하게 해놓았다. 이 수컷은 먹이 활동응 하는 것 말고는 온통 이 정자를 관리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정원석의 위치를 바꾸고 티끌을 제거하고 침입자들을 물리치는 일들을 한다.(유튜브) 예술은 과연 인간만의 전유물인가?

 

요정굴뚝새. 협력

부모로부터 독립한 자녀들이 그 인근에 둥지를 짓고 부모가 낳은 다른 동생들을 함께 키운다. 부모가 나이가 들면 부모도 봉양하는 이새는 이름도 예쁜 요정굴뚝새다. 자라고 나면 둥지를 떠나 독립하는 대부분의 새들과 달리 요정굴뚝새는 가족 단위로 무리를 지어 협업하며 살아간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생물들의 이타적인 행동조차도 개체나 무리의 보전을 넘어,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하려는 이기적인 계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하지만 후에 그것은 심각한 왜곡이라고 수정하기도 하였다) 여전히 협력은 자연선택, 돌연변이와 함께 진화의 세 가지 원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마틴 노왁.초협력자)

 

.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AI로 인해 강제 살처분 된 조류수가 3271만 마리라고 한다. 불과 2개월 만에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닭과 오리에게 지옥도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이러고도 지혜로운 인간이라 할 수 있는지. 육식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고도의 밀식 양계장을 만들고, 속성 재배의 지름길을 넓혀왔다. 붉은 색에 극도의 반응을 보이는 닭들에게 붉은색 콘텍트 렌즈를 끼워 달걀 생산을 늘리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했다. 밤새 환하게 밝힌 양계장의 훤한 불빛과 다름이 아니다. 밀식과 속성은 감염에 치명적이다. 가장 먼저 가축화된 닭과 오리에게 인간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을까?

 

따뜻한 가슴을 가진 새 과학자

분당 1,200번의 심장 박동을 하면서 쉴 새 없이 날개 짓을 하는 벌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응하는 까치, 5,000여 곳의 먹이를 숨기고 그것을 몇 개월 뒤 정확히 찾아내는 잣까마귀, 수 만 마리의 군무를 펼치는 찌르레기들의 자발적 질서 등 새들을 사랑하는 젊은 조류학자의 재미난 이야기가 즐비하다. 새들을 읽으며 이 과학자가 놓치지 않는 것은 항상 우리들, 인간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오지의 새둥지를 지키는 일에 보내는 저자는 누구보다 깊게 인간을 이해하려는 의지가 읽힌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포스다. 자연과학이든, 인문학이든 예외는 없다.

똑똑하고 기발하고 예술적인 새들에게서 새삼 많은 것을 배운다.

2017124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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