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개미(1~5)

짱구쌤 2017. 4. 23. 18:49

 

 

손가락들에게 반격을!

[개미1-5 /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손가락들

만일 그 세계에서 도망쳐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도 역시 손가락들처럼 무기력하고 게으른 자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가 텔레비전에서 본 대로라면, 손가락들은 언제나 노력을 가장 덜 들이는 쪽을 선택한 자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둥지를 스스로 만들 줄도 모르며,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사냥을 한다거나 포식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빠르게 달리는 일도 더 이상 할 줄 모른다. (중략) <먹기, 전화하기, 텔레비전 보기>, 손가락들이 주로 하는 일이 바로 이 세 가지다.(148)

손가락, 개미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개미의 눈에 보이는 사람은 오직 개미를 눌러 죽이려드는 공포의 손가락일 뿐이다. 시도 때도 없이 살충제를 뿌리거나 눌러 죽이고, 애써 만든 둥지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손가락들에 맞서 원정대를 조직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하도시에서 개미와 연대하는

 

103호 개미

이 모든 일을 조직하는 개미가 103호이다. 호기심 많은 병정개미 시절, 우연히 손가락들의 세상을 경험하고 난 후 고향 벨로캉으로 돌아가 이들의 존재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탄다.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신격화하려는 측과 간단히 제압할 수 있다고 믿는 세력들 사이에서 균형감을 갖춘 103호의 활약이 빛난다.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여왕벌로 전환하고 새로운 지도자가 되어 대규모 손가락원정대를 이끌고 인간 세상에 나타난다. 희대의 개미재판이 열리고 103호는 인간을 능가하는 통찰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 무한한 호기심, 지칠 줄 모르는 의지, 고난 속에서 빛을 발하는 용기, 깊은 연대의식과 신뢰감은 작가가 오랜 시간동안 개미에게서 배운 능력들일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고향 프랑스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더욱 사랑받는 작가 베르나르는 개미로 일약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천재성에만 주목하지만 이 작품 [개미]는 무려 120번의 개작을 거쳐 완성한 지난한 성실함의 결과이다. 어려서부터 개미를 좋아해서 집안에 개미집을 들여놓고 십 수 년을 관찰한 것을 소설로 썼다. 그의 다른 작품 [], [타나토 노트]등을 읽으며 좀 특이한 사람이다정도였는데, 대표작 개미를 보니 대가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우연히 본 다큐에서 본 베르나르는 보통의 글쟁이들과는 많이 다른 작가였다. 정기적인 운동과 규칙성으로 매일 꾸준히 써대는 모범생(하루키)도 아니고 작업실에 스스로를 가두고 고통의 글쓰기와 사투를 벌이는 글감옥(조정래)도 아닌, 커피 맛 좋은 카페테리아에 앉아 글쓰기를 즐기는 여유로운 사람이었다. 그렇게만 글을 쓰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젊은 세대에게 공감 받는 그만의 비결을 알 것도 같았다. 너무 무겁지 않게, 좋아하는 분야를 즐기면서...

좋은 예술 작품은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개미]는 인간 세상 너머의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손가락들에게 가하는 개미들의 반격은 베르나르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성찰적 메시지다. 개미집과 개미의 생태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충북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에 가볼 일이다. 상당한 규모의 개미집이 공개되어 있다. 우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개미들은 그 곳에서 지금도 열심히 자기 세상을 건설하고 있다.

2017423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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