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기고문] 평화는 최고의 선이자 가치입니다

짱구쌤 2013. 5. 3. 22:25

 

 

평화는 최고의 이자 가치입니다

-노벨평화상을 배출한 전남교육이 지금 해야 할 일-

 

순천인안초 이장규

 

아침의 고요와 핵전쟁의 공포

출근해서 먼저 온 아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창문을 열어 상쾌한 바람을 맞는다. 깨끗한 물을 받아 찻물을 끓여 발효차 한 잔을 아이들과 나눠 마시며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듣고 아침을 시작한다. 언론매체의 앞자리를 장식한 한반도 핵전쟁의 공포와는 너무도 다른, 순천만 작은 학교에서 이룬 아침 풍경이다.

 

하의도와 목포, 그리고 노벨 평화상

몇 해 전 신안의 외딴섬 하의도에서 근무할 때 놀랐던 것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섬사람들 중 남자 얼굴 상당수가 김대중 대통령과 많이 닮아 있다는 사실이었고, 둘째는 대통령이 태어났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낙후된 섬의 환경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살면서 확실하게 느낀 것은 이런 곳에서 유년을 보낸 사람이었으면 당연히 평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나중에 중, 고를 수학했던 인정 많은 목포도 빼놓을 수 없으리라. 우리 전남교육은 자랑스럽게도 그 천혜의 자연과 항꾸네의 인심으로 노벨평화상을 배출한 곳이다.

 

뒷걸음질 친 통일교육

이런 전남교육과 각급 학교가 지난 몇 년 동안 보여준 통일교육의 실상은 참으로 놀랍다. 다른 지방이었으면 특화하기에 혈안이었을 노벨평화상의 가치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통일교육에 대한 기본 방침도 실천 내용도 찾아볼 수 없었고, 그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병영 체험과 탈북자 강연으로 점철된 반공교육의 재현이었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내용도 바뀌어야 한다는 변명이라면 교육의 백년대계와 헌법상의 통일은 폐기 처분되어야 마땅하다. 74남북공동성명, 77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선언 등 우리가 평화와 통일교육에 매진해야할 근거는 차고도 넘친다. 모두가 이 나라 대통령들이 북과 맺은 조약들이다.

 

평화는 최고의 이자 가치

앞서의 적대시 교육이 평화를 가져다준다면 백번이고 할 일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화해와 통일교육으로 나아가던 시대에 남북은 가장 평화로웠고 앞날은 화창했다. 경의선과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정상회담으로 빛나던 남북황금시대도 바로 이때이다. 그때는 옳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한다면 그건 심각한 자기부정이며 몰역사적인 변명이다. 언제 어디서건 평화는 최고의 선이자 가치이기 때문이다. 전남교육은 화해와 평화를 위한 통일교육의 청사진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리고 시급히 따뜻한 남쪽만이 할 수 있는 인도적이며 상식적인 실천을 보여주어야 한다.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곳에서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의약품 보내기’, ‘빵공장 지어주기’, ‘사과나무 보내기’, ‘공책 보내기’, ‘중고 컴퓨터 보내기’, ‘두유 보내기등 방법은 무수하다. 학교는 노벨평화상 기념행사 등 평화와 통일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 세상에 노벨평화상이 이렇게 대접받는 곳이 어디 있을까?

 

최악의 평화도 최선의 전쟁보다 옳다

1095이것은 하느님의 뜻이다로 시작된 십자군전쟁도 그랬거니와 그 이후 천년 동안 인류가 해온 수많은 전쟁 중 단 한 번이라도 평화보다 나았던 적이 있었을까? 누구는 지난 정권을 잃어버린 10이니 침묵의 평화니 하며 폄하하기도 하지만 여전한 확신은 최악의 평화일망정 최선의 전쟁보다는 백번 낫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고 말했다. 하물며 같은 민족이라야 말할 것도 없다.

 

새로운 길과 큰바위 얼굴

김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의 명물로 큰바위 얼굴이 있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바위섬이 새로운 길을 내자 비로소 사람들 눈에 띄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운명하던 해 여름 마지막 고향길에 들른 김대통령이 그 앞에서 한 동안 서있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나도 그 바위섬을 본 적이 있다. 가까이 가면서도 전혀 드러내지 않던 바위가 어느 순간 또렷한 사람 형상을 보이자 많이 놀라고 기뻐하던 일. 아침에 차 한잔 하면서 독서하는 고요함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북한 동포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평화가 더욱 절실한 지금 시기에 전남교육청과 학교가 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많다. 새로운 길을 내야 큰바위 얼굴도 만날 수 있음이다.

2013. 5. 12. 전남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