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56체게바라 인간의 존엄을 묻다-오귀환

짱구쌤 2012. 12. 30. 22:57

 

“나는 해방자가 아니란다”

[ 체게바라, 인간의 존엄을 묻다 / 오귀환 / 한겨레신문 ]

 

“42년 철권통치 독재자 카다피, 최후를 맞다”

야영을 하고 돌아와 펼친 오늘 신문의 헤드라인이다. 아프리카의 산유국 리비아의 국가원수인 카다피가 반군과 나토 연합군의 7개월에 걸친 공습 끝에 마침내(?) 사망했다. ‘서방에 맞선 이슬람 영웅’ 이라는 찬사부터 ‘아프리카의 이슬람 미친개’라는 조롱까지 극과 극을 달리던 ‘월드 뉴스메이커’가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한때 그를 추앙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잘 알고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젊은 청춘들이 그러했듯 나 또한 제국의 일방주의에 반기를 든 지구 반대편 먼 나라 혁명가(그는 69년 대위의 계급으로 봉건 왕조를 무혈혁명으로 몰아냈다)인 그가 멋있게 보였다. 이후 보인 그의 행적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서도 그에 대한 지지를 전부 거둬들이지는 않았는데, 일가의 막대한 재산 축적과 일체의 정치적 자유도 가로막는 철권통치가 국민들의 저항으로 무너지고 만 것을 보고서야 남은 미련을 보낸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가 아니라 ‘용두사미’나 ‘뒷모습의 추함’이다.

 

“나는 해방자가 아니란다. ‘해방자’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민중을 해방시키는 건 그들 자신이란다.”

1959년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을 성공하고 한 소년에게 한 말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 찬사를 보낸 혁명가 ‘체 게바라’

중산층의 전도양양한 의과대생이 젊은 날 500cc 오토바이로 여행한 라틴아메리카의 속살을 보고 없는 자, 민중의 편에서 평생 함께 할 것을 결심하고 역사의 바다에 뛰어든다. 아마존 강 유역의 나병환자 마을에서 그들을 치료하며 얻은 결론이다. 라틴아메리카를 수술하자. 체의 진정성은 쿠바혁명의 성공에서 빛나지 않는다. 혁명에 성공한 쿠바의 중앙은행장으로 특출한 행정력을 자랑한 그는 홀연히 공직을 던지고 아프리카로 떠난다. 아직 이루지 못한 3세계의 해방에 복무하겠다고 떠난 콩고, 다시 라틴아메리카의 볼리비아에서 게릴라전을 펼치다 체포되어 최후를 맞이할 때까지 그는 ‘첫마음’의 겸허함과 민중에 대한 헌신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오늘날 속옷, 티셔츠 등 자본주의 상품의 패션 아이콘으로 소비되기도 하는 'che'는 저자의 표현대로 ‘가장 인간적인 혁명가’이다. 죽어서도 영원한 전설을 남긴 혁명가를 읽으며 오늘 또 다른 최후를 맞이한 왕년의 ‘혁명가’를 생각했다.

 

참 글 잘쓰는 오귀환의 이 책은 불온한 세상에 맞선 ‘인간’들의 이야기가 있다. 로마 검투사 스파르타쿠스, 태평천국의 지도자 홍수전, 역사상 가장 불온한 이름 마르크스, 간디, 예수, 손자, 제갈량..

눈에 띄는 것은 예수를 ‘경영자’로 재평가한 대목이다. [최고경영자로 예수]를 평가한 로리벤스 존스의 견해이다.

①자신의 사명에 충실했다. ②자신의 에너지를 절제했다. ③‘감사합니다’라고 말씀했다. ④남을 정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⑤모든 것은 살아 있는 것으로 보았다. ⑥팀을 이루었다. ⑦여성들에게 권한과 능력을 부여했다.

 

이 책은 그 자신의 견해를 독자적으로 주장한 글이 아니다. 스스로를 ‘콘텐츠 큐레이터’로 말하듯이 온라인 상의 지식과 정보를 취합하여 재구성한 짜깁기 글이다. 주목받는 안철수 박사가 강조한 [개인화와 융합]이다. 소수의 지식과 정보가 일부에 집중된 이전과 달리 개개인에 분산된 지식과 정보가 적절한 주제와 타이밍에 융합되고 소통되는 것, 그것이 앞으로 펼쳐지는 [스마트 시대]이다. 놀라운 것은 저자는 이 책을 6년전 스마트가 생소한 때 썼다는 점이다. 그 예지가 놀랍다.

2011. 10. 21.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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