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촛불은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짱구쌤 2017. 10. 28. 10:23

 

촛불은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타올랐습니다.

-2017. 10. 28. [촛불혁명 1주년 순천시민한마당] 발언-

 

인사드립니다.

존경하는 순천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조례동에 사는 시민 이장규입니다.

250여명이 소속된 전교조 순천초등지회의 대표이지만, 그보다 앞서 25년간 교단에 서 있는 초등학교 교사이며, 중고생 두 아들을 둔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배우는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고 싶고, 가끔은 아들과 야구장 응원도 가고 싶은 소박한 일상의 소망이, 참교육, 참세상의 큰 꿈과 다르지 않기를 바라며 살고 있습니다.

 

2014416

2014416. 세월호가 이 세상 가장 빛나던 청춘들과 함께 침몰했을 때,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우리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게 되었습니다. 목표를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았던 무한 질주의 사회가 그것입니다.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주지 못하는 국가 시스템, 권력의 뒤에 숨은 무책임한 지도자,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기업들, 그리고 그것을 용인하고 때로는 방조하며 살아온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촛불은 세월호를 딛고

1년 전 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은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타올랐습니다. 결코 가만있지 않겠다던 우리 아이들의 함성이었고, 이런 나라를 만들어 미안하다던 어른들의 반성문이었으며, 불의한 권력과 위정자를 바로 잡겠다는 민주시민들의 실천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역사에 부끄럽지 않겠다는 마음은 서로의 손을 붙잡고 연대하며 마침내 유래 없는 촛불혁명을 이뤄냈습니다.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

 

그래서 요구합니다

촛불이 타 오른 지 1년이 되는 지금, 우리는 세월호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다시 힘을 모아야 합니다. 2기 특조위를 설립하고 사회적 탐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아직도 국민들을 조롱하며 진실을 감추는데 급급한 자들을 찾아내어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하며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시스템도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몇 몇 정치인의 일만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만 머무르면

하지만 거기에만 머무르면 또 다른 세월호를 마주할지도 모릅니다. 진실규명을 위한 결연한 단식투쟁을 조롱하는 폭식의 비인간화를 막으려면, 나부터, 우리부터 변해야 합니다. 내 집의 아이들에게 생각할 틈과 꿈꿀 여유를 빼앗는 부모는 아닌지, 내 교실의 아이들에게 군림만 하는 제왕적 어른은 아닌지, 직장과 사회의 약자들에게 갑질하는 얼굴없는 시민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세월호는 한동안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될 것입니다.

3년간 매주 목요일, 이곳에서 세월호를 지키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열정과 헌신을 존경합니다. 작지만 꾸준한 실천, 그것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갈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긴 시간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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