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최재천 교수 북콘서트에 다녀와서

짱구쌤 2014. 1. 8. 17:43

 

책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통섭(統攝)

- 최재천 교수 북 콘서트에 다녀와서-

어려서 시인이 되고 싶었던 행동동물학자는 시인보다 더 많은 62권의 책을 쓴 작가가 되었다. 외국의 공대생들은 졸업학기에 반드시 글쓰기 강좌를 이수토록 했기에 그 어려운 이공학문도 쉽게 글로 전달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한다. 그 덕도 있었겠지만 이 베스트셀러 과학자는 타고난 감수성과 성실함으로(글을 무려 50번 이상 고쳐 쓰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 듯 보였다.

 

세상 모든 일은 결국 글쓰기로 판가름 난다.

나중에 패널 토론으로 인해 그가 과학자임을 상기시킬 수 있었을 만큼 오늘 그의 강연은 글쓰기와 통섭이 중심이 되었다. 예상 밖의 전개였으나 그리 나쁘지 않은 주제였다. 그가 이처럼 유명세를 타는 것도 사실 그의 글쓰기 능력이기도 하려니와 나 역시 글쓰기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니. 그의 글쓰기 비법은 아주 간단했다. 우선 많이 읽고, 쓴 글을 자주 고쳐 쓰는 것. 호흡하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고, 결론부터 쓰기. 조금 싱겁지만 원래 천재들이란 약간 그렇다. 쩝.

 

우물을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

가야금 명인 황병기 교수가 첼리스트 장한나에게 한 말이다. 통섭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싶어 했다. 예전에는 다산이나 다빈치처럼 통섭의 명인들이 많았지만 학문이 다양화 전문화된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여러 분야의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 하는 것, 같은 분야라도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 그것이 통섭이란다.아이폰의 잡스에 의해 널리 알려진 통섭이란 말을 우리에게 거의 처음 소개한 학자로서 하는 말이니 무게감은 남다르다. 평생 5-6개의 직업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권하는 방법은 기획독서이다. 수필이나 자기계발서와 같은 가벼운 책만 편식하는 독서습관을 조금 더 도전적으로 바꾸라고 권한다.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알아가는 독서.

 

자연계의 최대 성공은 벌과 꽃의 공생

과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란다. 그것 때문에 생태환경이 만들어지고 비로소 자연이 균형을 이뤘다는 것이다.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단다. 그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기에.. 나도 요즘 이기심과 협력에 대한 책을 읽고 있기에(펭귄과 리바리어던) 다소 수긍이 갔다. 우리 학교에서 협력의 중요성을 발하면서 늘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지, 그것의 효율성과 경쟁의 관계가 늘 풀리지 않은 숙제였기에 진화생물학자의 이 진단은 상당한 힘이 되었다.

 

호모 심비우스. 공생하는 인간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부인의 권유로 교회에 다닌다고 한다. 교회에서는 세 가지 반응이 있는데, 1.어떻게 저런 사람이 우리 교회를? 2.쯧쯧. 안됐네. 천당가기는 글렀으니.. 3.언젠가는 영접할 수 있을거야. 최교수는 과학과 종교가 서로 다른 영역이므로 다툴 필요가 없고 대화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사실 최교수가 강의의 서두에서 꺼낸 “ 조선일보에 10년 넘게 글을 쓰고 있다”는 말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편협함(4대강 옹호, 동성애 혐오, 단일민족 지키기 등)을 고루 갖춘 매체가 조선일보라는 인식에 이른다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텐데.. 하지만 난 그의 말을 들으면서 공생에 대해 생각했다. 조선일보식 사고를 가진 이들과도 이야기 나누고 살 수 있어야 갈등이 줄어들 것이므로.

 

이어진 북콘서트 패널들의 질문은 좀 지루했다. 오히려 방청객들의 재기발랄한 질문이 신선했다. 종교와 진화론, 유전자와 환경의 우위 등이 그것인데 노련한 학자답게 큰 무리 없이 답변하였다. 이화여대 석좌교수인 그가 서울을 떠나 올해부터 지금은 충청도 서천에 들어선 국립생태원장으로 일한다고 한다. 글쓰기에서 보여준 열 사고의 소유자로서 그 일에 적임자가 되길 바란다. 글쟁이 탈렌트 교수가 아니라 생태론자 최채천의 진면목을 기대한다. 몇 개 학교의 아는 선생님, 생태 해설사님, 우리학교 학부모님을 뵈었다. 반가웠다. 책은 하룻만에 다 읽었다. 술술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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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8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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