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이 넘었지만 남에게 하대를 하는 일이 없다. 언제나 첫 일은 농기구를 들고 운동장을 도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네 밑에 파인 모래를 채우고, 유치원 놀이터에 난 풀은 뽑아낸다. 교정을 한 바퀴 돌고서야 사무실로 들어간다. 우리 학교 배움터 지킴이 칠*샘이다. 교사로 정년퇴직을 하셨고, 내가 아는 지인의 표현을 빌리면 마지막 해까지 교무부장를 하며 봉사하셨던 분이다. 인근 광의면에서 농사지으며 우리 학교 지킴이를 겸하신다. 특히 하교 시간 3차례의 에듀버스 통학을 안전하게 살펴주시니 더 바랄 게 없다. 난 퇴임하면 집에서 맘껏 놀면서 지낼 계획이었지만 칠*샘을 가까이에서 뵙고 난 후론 약간 생각이 바뀌었다. 잠깐씩 아이들을 보러 학교에 나오는 것이 나쁘진 않을 것도 같다. 아이들을 보면 없던 기운도 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