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 있는 집까지 30분 거리이니 매일 출퇴근도 가능하지만 난 관사에 있는 시간이 좋다. 텅 빈 학교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맘껏 즐기고 노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큰 소리로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서 효율로 보자면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을 리 만무한 라디오는 항상 켜져 있었다. 그 좋은 음악을 오디오 음량의 1/3도 올리지 못하고 듣는 아파트 생활이 만족스러울 리 없었으니 자연히 이곳 관사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늘어날 수 밖에. 이른 저녁을 먹고 8시까지 클래식 FM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입니다]를 끝까지 듣고 나면 장르 불문, 가수 불문의 음악 감상이 시작된다. 깊은 소리를 자랑하는 송가인의 「서울의 달」을 듣고, 존 바에즈를 거쳐 송창식까지 와야 1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