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83로마인 이야기4-시오노

짱구쌤 2012. 12. 31. 10:06

 

루비콘 강을 건너 주사위는 던져졌다!”

[ 로마인야야기4 / 시오노 나나미 / 한길사 ]

 

루비콘 강은 역사에서 현실에서 수없이 인용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율리우스 카이사르(영어식 발음 줄리어스 시저)가 자신의 병사들을 이끌고 당시 로마법으로 넘어서는 안 될 루비콘 강을 건너 내전에 뛰어든 것을 말한다. 되돌아 올 수 없는 선, 그래서 주사위는 던져졌다와 함께 쓰인다. 이 책의 마지막은 갈리아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총독 카이사르를 로마의 원로원에서 해임시키고 강제소환하려는 것을 거부하는 카이사르의 결단, 루비콘 강 도하로 끝맺는다. 우리 역사에서 비슷한 예는 위화도 회군쯤 되겠다.

 

4편은 카이사르의 중년까지를 다루는데 앞서 말했듯이 로마정치의 중심 인물이 되는 기원전 60-50년 경의 이야기로 지금의 프랑스와 독일 등 서부 유렵을 가리키는 갈리아 지방을 평정한 7년 전쟁까지를 다룬다. 5편에서는 내전을 통해 집권하는 과정과 영화로 수없이 복제된 클레오파트라와의 만남, 블루투스에 의한 암살이 펼쳐진다. 저자의 로마인 이야기 가운데 가장 길게 다루는 인물인데, 남다른 애정의 표현일 수도 있으나 실제로 카이사르가 차지하는 로마사의 중요도에 비추면 이해가 된다.

 

카이사르에 대한 후대 역사가들과 문학가들의 평가는 찬사 일색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가로 꼽기도 한다. 정치적 과단성, 군사전략의 치밀함에 매력적인 인간적 풍모까지 카이사르는 서양사의 대표주자쯤 되는데 그를 평가할 때 항상 함께 등장하는 것이 어머니 아우렐리아 이다. 명문가 출신인 그녀는 당시 재혼이 유행처럼 번진 로마에서도 끝까지 자녀교육을 위해 혼자 살며 카이사르를 지원한다. 사나이에게 최초로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은 어머니의 애정이라는 사실은 동서양 모두의 공감이다. 균형감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는 적극성, 무한한 낙천성은 바로 이러한 어머니의 사랑과 교육 때문일 것이다. 카이사르 개인의 풍모 중 두 가지가 특이한데 여성편력과 무심한 듯한 경제관념이 그것이다. 풍족하지 않은 귀족이었던 그가 엄청난 빚을 내서 마구 쓴다. 사치를 위해 쓰는 것은 아니지만 개념 없이 보이는 경제관을 저자는 이렇게 변론한다. “작은 채무는 채권자를 우위에 두지만 거대한 채무는 오히려 채권자를 불안하게 하여 채무자의 파산을 막으려는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글쎄. 두 번째 여성편력은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로마의 유력 정치인 아내 대부분이 그와 연인관계였을 거라는 추측이 있을 만큼 그의 연인은 많았는데 여기까지는 여느 카사노바와 다를 바 없겠으나 다른 바람둥이들의 말로가 대부분 옛 연인들의 변심과 복수로 얼룩진데 반해 카이사르는 오히려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마지막까지 유지하고 심지어는 그녀들 자녀의 유력 후원자까지 되었으니 참 대단한 인물이다. 많은 빚 중 상당부분이 여인들에게 줄 선물비로 사용되었다니 비결은 역시 돈이려나. ..

 

[갈리아 이야기][난중일기] 둘 다 전쟁 중에 씌여진 글이다. [갈리아 이야기]는 총 8년의 전쟁 중 7년간을 빠짐없이 기록한 카이사르의 저작인데 그의 유려한 문체와 뛰어난 유머감각뿐만 아니라 객관적이며 사실적인 서술로 유명하다. 이 글의 사실성을 검증하기 위해 프랑스 나폴레옹 3세 주도로 이루어진 후대의 현장 검증에서 놀라우리만큼 정확한 일치성을 보여주어 신뢰성이 높아졌다. 흔히 자신이 참전한 전쟁 이야기를 서술할 때 발견되는 자기 과시나 상대편에 대한 폄훼가 없고 자신의 실수까지도 솔직히 기록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서술의 객관성은 신문주간의 표어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개개인의 긍지와 기개에 의해서만 달성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카이사르의 문체는 간결하다. 후대의 충무공이 이 이야기를 읽었을 리 만무하지만 일체의 장식성 없는 사실적인 글은 너무도 흡사하다. 생사를 넘나드는 전장에서(그것도 7년씩이나. 이것도 같다) 객관적인 서술을 해 나가는 것, 삶에 대한 경건이다.

 

유럽의 역사에서 로마는 절대적인 의미가 있다. 서구의 정치, 문화뿐 아니라 도시건축학, 경제 제도나 심지어는 주택 인테리어까지 로마의 후광을 피할 수 있는 나라는 아무도 없기에 그들은 교양과목으로 로마사를 모두 가르친다. 중고등학생은 저 유명한 키케로의 변론문과 카이사르의 명연설문을 공부하며 당시의 역사와 문화를 배운다. 핵심을 찌르는 논리의 정합성,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수사학과 통쾌한 반전을 자연스레 익히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참 좋은 글들이 많다. 다산의 고뇌가 깃든 편지, 퇴계와 고봉이 나눈 세대를 초월한 서한문, 백범과 안중근의 글을 낭독하고 외우며 역사를 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본다.

 

갈리아 전투 중 로마병사 9천명이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카이사르는 복수를 결심하고 4만 명을 살육한다. 물론 역사를 이야기함에 있어 현대의 눈으로 재단하는 것은 경계되어야 한다. 당시의 상황과 조건에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갈리아 8년 전쟁에서 총 100만 명이 사망하고 100만 명이 노예로 팔려간다. 200만의 아비규환이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를 찬양하는데 있어 너무 많은 비문명 갈리아인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이 불편하다.

 

시오노 나나미의 장점은 특유의 긴 호흡과 여유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간 중간에 넣은 로마의 주택과 의복, 결혼에 대한 묘사가 재미있다. 카이사르의 명언 하나를 기억해도 이 책은 남는 장사이다.

인간은 소문의 노예이고, 게다가 소문을 제멋대로 분칠해서 자기네 편한대로 믿어버린다.”

2012820.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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