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짱구쌤 2016. 2. 27. 22:00

 

 

계속 공부할거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한다 / 김정운 / 21세기 북스]

 

공부는 가장 훌륭한 노후대책

저자 김정운의 가장 큰 미덕은 배움에 대한 열정이다. 비록 공부하는 목적이 다소 불온하다 할지라도(한국, 일본, 독일, 영어책을 들고 비행기에 타서 옆자리의 젊고 예쁜 여성에게 자랑하고픈) 나이에 상관없이 배우려는 자세는 무척이나 훌륭하다. 정년이 보장된 교수직을 버리고 일본으로 건너가 전문대학에서 일본화를 배우며 살고 있다. 그가 올해 귀국하여 여수에 방을 얻고 그림 그리며 말 키우고 살고 싶은 이유는, 참 가관(?)이다. 삶을 자기가 편집하기 위해 중년 남성들에게 익숙한 것들과 이별하라고 권한 방법은 파마이다. 그 꼬임에 넘어가 두 달간 파마를 하고 지내면서 묘한 해방감을 맛본 적이 있다. 정년퇴임 후 낡아지면서 무기력하게 늙어가는 것을 거부하고 배우며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저자에게 또 한 번 배운다. 공부하자!

 

여지와 빈틈

일본화를 배우며 좁은 일본 방에서 찌질하게 사는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수준급의 그림과 맞춤형 사진이 글과 잘 어울린다. 독일에서 10년 넘게 공부한 정통 심리학자답게 어려운 용어는 친절하게 안내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점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개그맨도 그렇지만 남을 웃기려면 자신은 상당히 많이 망가져야 한다. 샌님들의 글이 재미없는 이유는 도무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인데 김정운은 자신의 유치함과 천박함을 당당히 드러내기에 독자들은 금새 그의 글로 빠져든다. 그는 그것을 여지빈틈이라고 했다. 대화에서 발언을 독점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소통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대화를 주도하려는 자신을 발견하곤 깜짝 놀란다.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데 갈수록 반대가 되어간다.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어제 저녁 송별회 2차에서 적당한 타이밍에 빠져주었다. 내가 빠지고 젊은이(?)들 끼리 늦게까지 찐한 뒤풀이를 했다는 후문을 접하고 안도했다. 끼었더라면 몸과 지갑이 많이 아팠을 거라 위로하면서.

 

학습된 무기력

나이가 들어가며 경계할 것 중 또 하나는 이른바 신포도 효과라 불리는 학습된 무기력이다. 지레 포기하며 위로하는 말 저 포도는 분명 신 포도일거야.”, “이 나 이에 무슨금지를 내면화하고 체념한다. 100세 시대에 어서 내던져야 할 것들이다. 저자는 만 오십 세가 되던 해에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안 만난다. 나도 2018년 만 오십이 되면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 의무감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도 좀 정리하면서 여유롭게 살고 싶다. 꾸준히 공부하며 배우고 싶다. 그러려면 조금 더 외로워져야 한다.

 

외로움과 친해져야 한다

혼자 있을 때를 좋아하지만 막상 혼자가 되면 안절부절 못한다. 허둥지둥하다가 시간이 지나간다. 같이 있을 때보다 공부도 안 되고 리모컨과 스마트폰에 자꾸만 손이 간다. 저자의 말처럼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그래야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혼자 있을 때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것을 배우려고 한다. 그림이나 음악 같은. 저자는 고립되었을 때 몰입하는 기쁨을 느꼈다고 했다. 이제 서서히 외로움이 더 잘 어울리는 나이가 되어간다. 의심 없이 종교에 빠지지도 않을 것 같고, 요란하게 여유를 자랑하지도 않을 것이다. 손발을 더 많이 놀려야 하고, 우선은 꼰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자가 여수로 오면 한 번 만나보고 싶다. 그때는 다시 파마를 하고 갈 생각이다.

2016227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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