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123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오귀환

짱구쌤 2013. 3. 31. 22:18

 

셰익스피어와 인도를 안 바꾼다고? 허허..

[ 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 오귀환 / 페이퍼로드 ]

 

저자 오귀환의 책 [체 게바라, 인간의 존엄을 묻다]와 [사마천, 애덤스미스의 뺨을 치다] 두 권을 정말 재미있게 읽은 기억 때문에 순전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고른 책이다. 저자가 밝혔듯이 정보가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어 있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저작 방법을 소개한 앞의 두 책은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교과서이다. 동서와 고금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꿰어 완성하는 테마들은 놀라웠다.

 

한국사도 어려운데 세계사는 도무지 넘을 수 없는 장벽이다. 그런데 살수록 세계사에 대한 무지 때문에 닿을 수 없는 것들이 많아져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 9.11과 걸프전, 센카쿠와 쿠릴열도를 두고 벌어지는 러, 중과 일본의 대립, 아프리카의 끝없는 내란, 터키와 쿠르드,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러시아와 동유럽, 이탈리아의 내분, 남미와 미국, 파시즘과 나치즘의 출현, 인도와 세익스피어 등등 전에도 지금도 종종 부딪히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짤막한 지식이 늘 문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을 읽은 지금도 다 이해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잘 이해되었는데 독서 기간이 너무 길어진 관계로(한 달여) 앞 부분은 이미 다른 세상이 되어버리는 이 불편한 진실을 어찌할꼬. 봄꽃들의 화사한 유혹을 뿌리치고 연휴 이틀을 쏟아 부은 것 치고는 좀 허망하지만 그것이 나라는데 어쩔 도리는 없다. 남은 몇 가지라도 잊지 않으려 속히 기록을 하고 있다. 지금.

 

저자 역시 선사 시대부터 근대 이전의 역사 서술은 주마간산처럼 빠르고 거칠었다. 하긴 한 권으로 세계사를 읽는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니, 저자의 실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되는 곳이 근대 이후이다. 저자가 뭐라고 했든지 관계없이 내가 새로 알게 된 근대 이전의 역사는 두 가지다. 적어도 명나라 정화함대가 세계 항해에 나설 때인 15세기 까지는 동양이 서양의 문화에 뒤지지 않았다는 점과, 기독교의 불관용 문화와는 달리 이슬람은 문화와 종교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서세동점, 15세기를 전후로 발달된 항해술과 무기를 앞세우며 동양을 역전한 서양은 이후 수많은 나라에서 제국주의의 본성을 드러내며 아시아를 약탈한다. 아프리카와 남미는 말할 것도 없다. 1095년 교황 우르바우스 2세의 한마디 “이것은 하느님의 뜻이다!”로 시작된 십자군 전쟁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까지 천년 동안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립을 가져온 뿌리이다.

 

당연하다시피 들어온 말 중 귀에 거슬렸던 “세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꾸지 않는다”에서 드러나듯 식민지 동양을 향한 서양의 공세는 군사적 침략을 시작으로 경제적 수탈을 넘어 인종적 문화적 편견을 일반화 시켰다. 예외 없이 모든 아시아 국가에서 펼쳐졌던 서구와 제국주의에 대한 독립 해방 전쟁을 읽으면서, 제국주의 열강의 싸움 속에서 갈갈이 찢긴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이 지금도 내란을 겪으며 빈곤과 학살에 신음하는 모습을 전해 들으면서, 세련됨과 우아함으로 포장된 서구 일방주의 문화에 분노가 일곤 했었다.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으로 명명된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휩쓸더니 마침내 1998년 IMF로 우리나라까지 상륙하며 위세를 떨친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보완재를 잘 활용하여 복지국가를 건설한 북유럽의 여러 나라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나라가 신자유주의의 포화를 피할 수 없었다. 극렬해진 빈곤의 격차, 남남갈등, 3세계의 추락 등 신자유주의가 남긴 상흔은 깊고도 넓다. 다행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리먼 브라더스)를 정점으로 그 위세가 한풀 꺾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분배와 복지가 지난 대선의 화두까지 되었다. 문제는 예전에도 그랬듯이 일상화된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할 뚜렷한 대안이 “전쟁” 뿐이라고 생각하는 국가와 집단이 아직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작금의 한반도 정세가 결코 간단치 않다.

 

18세기 이래로 확립된 인류의 보편적 이상은 [자유스럽고 평등한 개인]이다. 우리는 그간 너무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한 사회에서 살았었다. 세인들은 지금의 개인주의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실은 우리는 제대로 된 개인주의를 경험하지도 못하고 집단적 공동체 의식만을 강요당해 왔다. 위기의 정세에서 개인이 말살된 공동체의 강조가 파시즘과 홀로코스트를 낳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합리적 개인주의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만날 때 세계의 70억 인류가 70억 개의 세상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결코 한권이라고 말 할 수 없는 700쪽 두터운(나는 여기에서 분노?를 느꼈다) 책을 덮으며 내린 결론이다. 어디 감히 인도와 셰익스피어를 비유해.

2013년 3월 31일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