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기록에 대한 한없는 사랑 [책벌레와 메모광 / 정민 / 문학동네] 책벌레들의 향연 오늘도 나는 풀칠을 한다. 한 장 한 장 펼쳐 풀칠하면 다음 면으로 넘어가는 동안 책 한 권의 윤곽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 좋다. 촬영이나 복사를 하면서 한 번 넘겨보고, 접지할 때 한 번 더 보고, 풀칠하면서 한 번 더 보면 책의 골격이 어느 정도 파악된다. 풀칠을 마치고 무거운 책으로 두어 시간 눌러두었다가 뽀송뽀송해진 뒤에 짱짱해진 책장을 쫙 펼치면 마른 풀 기운이 당겨지면서 기지개 켜는 소리가 난다. 이때의 기분은 더없이 개운하다. 한 손에는 붉은 먹을 찍은 붓이 메모할 지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붓방아를 찧고 있다. 244~245쪽 저자의 취미는 책을 만드는 일이다. 책과 함께 일상을 함께 하는 사람이 쉼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