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승자는 경쟁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아누 파르타넨/원더박스]
Once upon a time in America
미국인 남편을 따라 뉴욕에 살고 보니 떠나온 조국 핀란드가 더욱 특별하다. 프리랜서 여기자인 작가는 ‘치사할 만큼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미국과 핀란드를 비교한다. 그리고 내린 결론, “미국은 과거로 되돌아갔고, 노르딕(북유럽)은 미래에 먼저 도착했다.”
그간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았던 교육, 의료, 주거 등 핀란드의 사회복지가 ‘자유와 기회의 땅’에서는 전혀 일반적이지 않는, 아니 대단히 이상한 시스템(사람을 게으르고 무기력하게 만든다는)으로 보는 것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
"진정한 사랑과 우정은 독립적이고 동등한 개인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가 명명한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이다.
가령 북유럽에서는 일반적인 4~6주의 유급 휴가에 대해 “사회전체 그리고 고용주들은 휴식이 우리의 건강과 휴식이 우리의 건강과 생산성 향상에 중요하다고 여긴다.”
대학까지 이어지는 무상교육도 마찬가지다. 가정이 자녀 교육에 대한 과도한 지출(집착)에서 자유로워지면 부모도, 아이도 더욱 독립적으로 살 수 있고 이것은 건강한 가족관계를 만들어 간다고 믿는다. 사실 그렇다. 미국이나 우리처럼 자녀교육에 목매어서 사는 부모들은 아이의 미래에 대한 결정권까지 갖으려고 한다. 아이 역시 그것을 당연시 여기며 그것이 틀어쥐는 순간은 현실에서 드라마에서 너무 많이 보게 된다.
의료보험, 실업 급여, 퇴직 연금 등 북유럽 사회가 성취한 가치들은 그간 미국이 독점했던 ‘기회와 자유의 등대’를 누구에게 양보해야 하는 가를 분명하게 한다.
개인이 강해서 모두가 든든한 사회, 그 비밀은 바로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이다.
진정한 승자는 경쟁하지 않는다
수업일수는 짧으며, 휴식시간은 많은 편이다. 대다수 교사들은 담당 학생들을 45분마다 15분씩 운동장으로 데려 나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러며, 점심식사 후에는 그 시간이 더 길다. 그리고 교사들이 숙제를 아주 적게 내준다. 핀란드의 기본교육법은 학교수업 및 가정에서 숙제를 마친 후에도 학생이 취미활동 및 휴식을 누릴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못 박는다.(165쪽)
핀란드 학생들은 교내과외라는 유연한 방식을 이용할 수 있다. 소규모 집단으로 추가로 몇 시간 동안 한두 과목 정도를 지속적으로 배우는 방식이다. 핀란드의 졸업생들 중 약 절반이 학생시절 동안 어느 시점에서든 교내과외를 이용했다. 따라서 보충학습에 따른 부끄러움이 없다시피 하며, 개인과외를 받을 필요가 없다. 개인과외가 수지맞는 산업이 되고 빈부 간 교육기회격차를 심각하게 벌여놓은 미국(한국)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166쪽)
경쟁에 관한 핀란드인의 태도인 ‘가능하면 피하기’에는 훌륭한 장점이 있을지 모른다. 교육기관으로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서로 경쟁하기 보다는 학생의 본분에 집중하도록 북돋는다.(167쪽) ‘아이의 일은 노는 것이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보낸 비담임의 1년은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다시 맡게 될 내 아이들과 ‘사랑에 관한 어깨동무(짱구쌤) 이론’을 만들고 실천해볼 일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은 구절은 다른 곳에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에서 떠나온 자신의 선택에 대해 ‘죽음의 순간에 인생을 안락하게 살았는지 되짚어볼 것 같지는 않았다. 대신 사랑하는 삶을, 용기 있는 삶을, 위험을 감수하는 삶을 살았는지 되짚어보겠지.’(31쪽) 그렇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으라고 있는 것 아니니까. 2018년이 시작되었다.
2017. 1. 5.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