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thing changes
[호모데우스/유발 하라리/김영사]
자본주의가 이기고 공산주의가 패한 것은 자본주의가 더 윤리적이어서도, 개인의 자유가 신성해서도, 신이 이교도인 공산주의자들에게 분노해서도 아니었다. 자본주의가 냉전에서 승리한 것은, 적어도 기술 변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는 중앙 집중식 데이터 처리보다 분산식 데이터 처리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20세기 후반의 급변하는 세계에 대처할 수 없었다. 모든 데이터가 하나의 비밀 벙커에 축적되고 모든 중요한 결정이 노쇠한 수뇌부에 의해 이루어질 때, 대량의 핵폭탄을 생산할 수는 있지만 애플이나 위키피디아는 얻지 못할 것이다. (p.509)
北이 핵에 집착하는 색다른 이유를 하나 알았다^^ 그런데 그게 어디 국가 시스템 뿐이겠는가? 학교도, 노조도, 하다못해 작은 모임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 친구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않는데, 다른 곳에서 훨씬 더 재미있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끊임없이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계정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현대 인류는 소외공포를 앓고 있고, 우리는 전보다 선택의 여지가 많아졌지만 선택한 것에 실제로 집중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p.494)
역사상 지금처럼 바로 앞사람에게 집중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을까? 불멸, 행복, 신성을 추구하는 신이 된 인간, 호모데우스. 현존하는 최고의 이야기꾼답게 저자는 ‘알쓸신잡’의 끝판왕을 자처하며 종횡무진이다.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인용하며 쓰는 글이야 익히 전작에서 확인하였지만 미국, 유럽을 넘어 남북한의 정치, 경제사를 넘나드는 오지랖은 그저 ‘감탄’이다. 시대의 골칫덩어리 이스라엘을 다시 보게 만든다. 이런 사람을 가능하게 하는 그 집단의 힘.
즉, 그 어느 때보다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전달하고 처리할 수 있지만, 집중하고 꿈꾸고 의심하지 못하는 인간 톱니를 생산할 것이다. 수백만 년 동안 우리는 성능이 향상된 침팬지로 살았다. 그리고 미래에는 특대형 개미가 될지도 모른다. (p.497)
유연하게 협력하는 능력덕분에 초록별의 주인이 된 사피엔스의 미래는? 저자의 예측은 장밋빛이 아니다. 수명, 능력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이른바 인공지능 로봇에 밀려 쓸모없는 계급이 되어버린 인간에게 더 이상 인권, 민주주의는 영원불변의 가치가 될 수 없을 거라 말한다. 유행처럼 쏟아지는 4차 혁명시대 어쩌고저쩌고는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저자의 예측은 실체적이며 놀랍다.
우리는 진화했는가?
이 책의 역자는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에서 해방되어 다른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이라고 했다. 나에게 유발 하라리의 혜안도, 역자의 정의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과거와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보는 기회를 가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25년 넘게 몸담고 있는 조직이나 단체에서 나는 얼마만큼 성장하고 좋은 사람이 되었는가? 그곳에 있으면 더 나은 사람이 되는가? 난 그것이 두렵지만 이제 50을 넘어가고 있으니 남 탓이나 할 때는 아닌듯하고, 쫌 내식대로 살고 싶다.
모든 것은 변한다.
2017년 12월 10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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