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125 그리운 메이아줌마

짱구쌤 2013. 4. 25. 07:03

 

자존감, 사람에 대한 예의

[그리운 메이 아줌마 / 신시아 라일런트 / 사계절 ]

 

“나는 그 건물이 우리 주의 의사당이라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자랑스러웠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폐광 지역에 사는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니었다. 우리는 햇빛 속에 굳건히 서서 눈부시게 빛나는 장엄하고도 우아한 존재였다”

생전 처음 주의회 의사당 건물을 구경하는 시골뜨기 서머와 클리터스는 전혀 기죽지 않고 의사당 건물을 성큼 성큼 구경한다. 내가 그곳에 있는 양 으쓱하고 시원했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난한 시골 할아버지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을 터, 작품에 오롯하게 삶에 대한 태도가 나온다.

 

이곳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주변인 들이다. 저간에 유행했던 ‘루저들’. 화자인 서머는 고아인데 늙고 병든 메이 아주머니와 오브 아저씨 부부를 만나 처음 행복을 느끼며 살다 메이 아주머니의 죽음을 맞는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오브 아저씨도 곧 돌아가실 태세다. 이웃집에 이사 온 클리스터는 넉살 좋은 괴짜로 무기력한 오브 아저씨의 유일한 말벗이다. 그의 부모 역시 무너져 가는 오두막에 사는 생활보호대상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클리스터집을 방문한 서머가 그의 부모님을 만났을 때인데, 클리스터가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이유가 그를 사랑과 믿음으로 키운 부모님 때문임을 알게 된다. 검이불루 화이불사,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게’ 정갈한 오두막집에 사는 따뜻한 어른들을 보고 그토록 미워했던 클리스터를 이해하게 된다. 어느 한사람도 예외 없이 자기 삶을 긍정하게 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춘 작가다.

 

잔잔함. 양어머니와 반려자를 잃은 서머나 오브 아저씨는 메이 아주머니를 잊지 못한다. 그녀의 빈자리는 너무 커서 좁은 트레일러 집이 오히려 광활하다. 오죽했으면 심령술을 하는 어느 여자 목사를 찾아가서라도 메이 아주머니를 만나고 싶어할까? 다행스럽게 황당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고, 실망 끝에 돌아온 집 주변에서 바람처럼 사라져간 올빼미를 보고 우는 서머나,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오브 아저씨 모두 덤덤하게 슬프다. 감정의 요란함이나 급격한 이야기의 전환 대신 절제된 이야기와 일상이 주를 이루는 잔잔함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클리스터는 재미있는 아이다. 세상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과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넉살, 결코 주눅 들지 않는 기발함. 아마도 작가가 가장 애정을 가진 인물일 것이다.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그런 아이들을 만나면 즐겁고 행복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길러주고 싶은 모델을 만났다. [곤충의 행성]은 지루하고, [레미제라블]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책읽기가 이렇게 답답할 때 제일 좋은 것이 동화 읽기다. 이번에도 [그리운 메이아줌마]는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다시 두꺼운 책을 잡는다.

125그리운메이아줌마.hwp

2013년 4월 24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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