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

어깨동무25호

짱구쌤 2018. 8. 12. 20:48

 

빛나는 열넷 청춘들에게

[어깨동무25/ 이장규 / 인쇄나라다컴]

 

미완성

껄쩍찌근하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하다. 겨울방학에 나와야 할, 그래서 2월에 출판기념회를 해야 할 25호가 느닷없이 염천에 발행되었다. 방학식 날까지 이야기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개학날 보자며 돌아들 갔지만 텅 빈 교실을 치우며 3년 반 동안의 별량생활이 쉬이 추슬러지지는 않았다. 미완성이다. 그래도 넉 달 간의 월간 신문, 두 편의 동영상, 한 권의 학급 일기가 있어 25호가 나올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이들은 개학날 이 어깨동무를 통해 이른 짱구쌤의 작별인사를 받을 것이다. 낯선 곳에서 2주일이 지났다. ‘생이별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해야 한다. 26년 간 매월 해온 일이었지만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역사는 기록되어야 하고 밥벌이는 숭고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단순하고 명료하게 헤쳐 나가야 한다.

 

빛나는 청춘들!

이제 10대가 된 14명 개구쟁이들과 참 즐거운 1학기를 보냈습니다. 스포츠 경민에서 춤본능 산현, 듬직한 창현, 스마트 휘돈, 통통통 부근, 우직한 형우, 열정의 가은, 이쁜이 보솔, 똑똑한 수정, 자존심 주아, 야무진 수연, 차분한 나은, 따뜻한 아연, 은은한 은비까지 모두 다 개성 넘치는 빛나는 청춘들입니다. 수업 시간 수많은 질문에 답하느라 입은 좀 아팠지만 살아 움직이는 3학년들 모습에 흐뭇했답니다. 아직도 친구들과 티격태격 하는 일이 매일 벌어지고 있지만, 그게 친구들과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신호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지요.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군요.

2학기까지 함께 어깨동무도 더 만들고 짱체도 재미있게 하려고 했었는데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 별량초를 떠나게 됩니다. 지금 꼭 짱구쌤이 가서 힘과 지혜를 보태야할 곳이 생겨서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떠나갑니다. 내년 2월에 어깨동무 출판기념회를 멋지게 하고 우리 교실에서 함께 12일을 하기로 했었는데 그 약속도 지키지 못해 미안하고 아쉽군요. 하지만 이렇게 1학기동안 우리들이 함께 한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어깨동무가 있어 책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어깨동무] 글씨를 보내주셨던 신영복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인데 짱구쌤도 가장 좋아하는 말입니다. 이 말을 여러분이 이해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짱구쌤과 여러분이 매일 매일 나눴던 말과 약속(언약)은 강물처럼 흘러서 잊혀질 테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그 때의 추억이 꽃처럼 환하게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함께 보았던 [짱구반의 봄과 여름] 동영상을 기억하나요? 가을, 겨울 편은 아무래도 먼 훗날에나 만들어야 할까 봐요. 모두 다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20년쯤 후에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바랄게요.

비가 오는 날 맨발로 운동장을 걸어 다녔다

물 웅덩이에 발을 넛더니

모래가 발까락 사이로 들어갔다 (박창현)

2018812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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