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끝나지 않은 마지막 수업

짱구쌤 2018. 3. 13. 23:24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

[끝나지 않은 마지막 수업 / 장석웅 / 살림터]

 

JFCKFC 논쟁

2005~6년 전교조 전남지부에는 독수리 5형제가 전임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붙여준 이름이었는데, 지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남교육은 지켜야 한다는 치기로 스스로를 당연하다고 여기곤 했었다. 다들 저마다 주변 조합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는데 특히 나주와 해남으로 지지기반(?)이 겹치는 두 사람이 치열했다. 팬클럽 JFCKFC. ‘장석웅팬클럽김춘성팬클럽논쟁이 벌어지면 저자는 무슨 캔터키프라이드치킨이 팬클럽이냐며 춘성샘을 자극하기도 하였다. 연일 전화민원, 교육청 교섭, 지회 상담, 집회 조직, 정책개발 등으로 다소 삭막하고 전투적인 노조일 이었지만 2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결정적 힘은 바로 5형제의 끈끈한 정과 각자가 가진 인간적인 끌림 때문이었다. 5형제의 맏형인 전남지부장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장석웅 선생님이었다. 당시 영산포가 집이었던 지부장과 영암이 집이었던 나는 출퇴근을 같이하였고, 시시때때로 5형제의 단합을 위해 광주 매곡동 찜질방 합숙을 하기도 하였다. 2주가 넘는 초등수업시수법제화 전남 대장정, 완도에서 펼쳐진 조합원 통일한마당, 최초의 지회정책협의회 투쟁, 장애인교육권 투쟁 등이 그때 이뤄진 일들이었다.

 

사람들

평교사 37년 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 교육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래 알고 지냈지만 잘 몰랐던 여러 일들에 놀랐다. 중고교 동창 박관현, 출판기념회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사모님과의 러브스토리, 익히 잘 알고 있는 도경진, 홍성봉 선생님, 광주·전남 민주화운동의 큰어른 오종렬 의장님,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 곽노현 서울교육감, 가수 박문옥과 김원중 등 각계각층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깊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내게 가장 특별한 사람은 저자 장석웅이다. 시대와 대중을 관통하는 직관력, 좌중을 사로잡는 연설능력, 결코 타협하지 않는 원칙 등은 익히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전교조 장석웅 위원장의 그것이다. 하지만 그가 특별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멋과 풍류를 아는 사람이다. 고기를 자주 뒤집어 굽는 것을 싫어하는 미식가이며, 고즈넉한 폐사지의 미학을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중년이자, 사직골 라이브 통키타 촌에서 노래 부를 수 있는 풍류객이다.

 

끝나지 않은 수업

저자는 미암중에서 평교사로 정년퇴직하였다. 아침 산책을 즐기고 아이들과 축구하며 지냈던 그때를 일생 중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 이야기한다. 마지막 수업은 세월호가 놓여있는 목포 신항에서 이뤄졌다. 역사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며 지금 비록 수업을 마무리하지만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이야기하였다고 한다. 엊그제 끝나지 않은 수업을 응원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출판기념회를 찾았다. 맨 끝자리에서 그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다가 오는 길, 사람과 학교와 세상에 대해 쉼 없이 낙관하며 스스로를 밀어올린 영원한 청년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 늙어 가는가? 낡아지는가? 나도 한때는 LFC가 있었다.

2018313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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