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

사라진 도미, 애들아 미안해

짱구쌤 2017. 9. 27. 21:16

 

사라진 도미, “애들아 미안해

 

오늘은 선생님과 가목으로 낚시를 갔다. 아침 일찍 6시에 일어나 입감을 더 팠다. 점점 차기 시작했다. 730분이 되자 거의 차고 8시에 물이 들기 시작했다. 밥도 먹지 않고 있다가 920분에 학교에 가서 가목으로 갔다. 철준이네 공장 쪽에서 낚았다. 최초로 민정이가 낚고 다음에 내가 낚았다. 그런데 지희가 1마리를 놓쳤다. 그것도 내 고기를.... 볼락 2마리를 낚고 계속하는데 낚싯대가 쑥 들어가는 것이었다. 난 얼른 들어 올리려고 했으나 힘으로는 되지 않았다. 그래서 몸을 뒤로 젖혀 낚았다. 아주 큰 도미였다.

1994109일 소안국교 6-2. **

 

그날의 도미는?

비가 내리고 바람도 제법 부는 날씨였지만 철준이네 김 공장 옆에서 했던 학급 낚시대회는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일요일이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이 참여했고 매운탕을 나눠먹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소안도 앞바다의 물고기는 충분했다. 30cm를 훌쩍 넘는 감성돔이 **이 손에 잡힐 때는 모두의 환호성이 가목바다에 가득했다. 차마 아까워서 먹지는 못하고 기념으로 교실에서 키우자는 다소 황당한 결정이 내려졌다. 애지중지 학교로 가져와서 과학실 큰 수족관에 바닷물을 채우고 산소발생장치까지 설치하고서야 그날 모임은 끝이 났다. 한동안 당번들은 학교 앞에서 상당히 떨어진 것에서 바닷물을 공수해 와야 했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야생의 도미가 시들해졌을 무렵, 주의보로 육지로 나가지 못한 젊은 교사들의 치기를 견디지 못하고 서툰 사시미질을 거쳐 저녁 안줏거리로 사라졌다.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변명했는지도 가물가물한데 아이들은 꽤 쿨하게 스승들의 만행을 덮어준 것 같다. 제자들아! 미안하다.

 

꼭 살아있어야 한다

그날의 주인공은 단연 **이었다. 학기 초에 **이를 가정방문했을 때, 예의가 몸에 배인 할아버지가 장손인 **이를 무척 아끼고 자랑스러워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조용해 보이는 **이가 그날 낚시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활달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익숙하게 미끼를 끼우고 낚싯대에 온 신경을 집중하던 모습이 선하다. 안타깝게도 그날의 영웅은 지금 이곳에 없다. 몇 년 뒤에 다른 제자로부터 교통사고로 **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신은 아득했고 심장은 요동쳤다. **이 뿐 아니라 몇 몇 제자들이 세상을 떠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접하고 난 뒤부터는 아이들과 헤어질 때 습관적으로 부탁하게 된다. “아이들아, 즐거웠지? 20년 뒤에는 꼭 다시 만나자. 그때까지는 모두 살아있어야 된다. 살아있으면 좋은 날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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