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짱구쌤 2014. 1. 8. 11:40

 

자연에게 써 올린 반성문

[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 / 효형출판 ]

제가 감히 인류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함께 무릎을 꿇게 해드렸다면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너무 늦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그저 일부라는 엄연한 사실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길 빕니다. (에필로그)

 

집 앞 도서관에 붙은 최재천 교수의 교양강좌 포스터를 보고 책을 샀다. 동물행동학의 권위가로 매체에서 많이 보았지만 정작 그의 책은 처음이다. 오늘 오후에 강좌에도 가 볼 것이다. 책에서는 그가 연구하는 개미들을 중심으로 여러 동물들의 재미있는 일상과 비밀들이 소개되어 있다.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이다. 특이한 점은 서문에서 밝혔듯이 동물학자이면서 인문학을 지향하는 저자답게 동물행동을 통해 사람살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자연주의적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는 노력 덕분에 그냥 뻔한 이야기로 흐르지는 않는다.

 

가장 신기했던 이야기는 꿀벌들의 춤언어였다. 정찰벌이 애써 찾은 꿀을 벌집에 있는 동료들에게 맛보이고는 이내 그 위치를 설명하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가까이에 있으면 빠르게, 먼 곳에 있으면 느리게 춘다. 방향은 춤을 추는 각도(태양과)로 나타내는데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해서 노벨상을 받은 어느 교수는 실제로 이 춤을 보고 꿀을 찾는 과제를 학생들에게 내주기도 했다고 한다. 임기 후 첫 기자회견을 가진 대통령의 소통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전에 질문지가 도는 일방적인 정책 홍보 방식을 소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최선을 다해 춤을 추며 소통하려는 정찰벌의 언어가 놀랍다.

 

저자는 동물들에게 나타나는 자연스런 동성애와 모계 중심의 공동체를 자주 언급하며 우리 사회가 가진 동성애 혐오주의와 호주제 옹호 분위기를 일갈한다. 이 책이 씌여진 시기가 2000년 즈음이란 것을 고려하면 퍽이나 앞선 주장이다. 갈매기, 고릴라와 보노보, 고양이, 채찍도마뱀 등의 넘치는 사례를 통해 유전되지 않는 일부의 동성애 역시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려는 ‘생명’의 본질이 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동물의 세계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정글이라 알고 있는 우리에게 고래의 동료애는 놀라움과 부끄러움을 함께 준다. 뻐꾸기처럼 남에게 자기 알을 부화시키고 그 집 알을 깨버리는 뻔뻔함이나, 넓적부리황새처럼 자기 동생을 괴롭히고 쪼아서 어미로부터의 먹이를 독점하려는 형의 냉혈함은 동물 세계의 상식처럼 보이지만 어미 고래의 새끼 낳기를 돌보거나 아픈 동료를 도와주는 동료애는 감동적이다. 오랫동안 끊이질 않는 논쟁 중의 하나는 “인간은 협력적인가? 이기적인가?”일 것이다. 자본주의가 전 세계를 잠식하고 있는 지금, 경쟁과 이기심이 인간의 본성임이 확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협력과 배려가 있기에 그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과 관련해서 요즘 [펭귄과 리바이어던]이라는 책을 정독하고 있다.

 

지금 있는 학교가 생태교육을 표방하고 있기에 그의 생태론에 관심이 가긴하지만 선생으로써 최교수님께 크게 배운 사실이 하나 있다. “동물도 거짓말을 한다”에서 레포트를 표절하여 제출한 제자를 용서하며 한 명 한 명에게 부탁한 말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자네는 세상이 다 부러워하는 서울대생이네. (중략) 그래서 가진 자의 거짓말은 그 죄과가 그만큼 무거울 수밖에. 나와 한 가지만 약속을 하면 이번 일은 없었던 걸로 하겠네. 지금 이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오로지 정도(定道)만을 걷겠다고 약속하게. 그래도 자넨 절대 굶어죽지 않을 걸세.”

 

스승이면 모름지기 이 정도는 당당히 가르쳐야 한다. 그의 강연이 기다려진다.

생명이있는것은.hwp

2014년 1월 8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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