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47마지막 기회라니-더글라스

짱구쌤 2012. 12. 30. 22:41

 

 

양쯔강 돌고래가 사라졌다. 그래서?

[ 마지막 기회라니? / 더글라스 애덤스 외 / 홍시 ]


현재 가장 저명한 과학자 중의 한명인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슨이 팬레터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 이 책의 저자 애덤스는 원래 SF 공상과학소설을 쓰던 인기 작가였다. 세계적으로 1천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의 저자 더글러스 애덤스와 세계적인 동물학자 마크 카워다인이 의기투합해서 지구상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탐사해서 쓴 보고서인 이 책은 유머와 위트가 빛나는 문학책이 되었다.


뉴질랜드의 대책 없이 사랑스러운 새 카카포, 중국 양쯔강의 민물돌고래(이 책이 나오고 나서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 인도양의 희귀한 모리셔스황조롱이, 콩고의 마운틴고릴라와 흰코뿔소 등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찾아서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시의 적절한 보고서다.

“물론 멸종은 수백만 년 동안 일어났다. 동식물은 인간이 등장하기 훨씬 전에도 사라졌었다. 하지만 멸종의 속도가 달라졌다. 수백만 년 동안은 한 세기에 평균 한 종이 멸종했다. 그러나 선사시대 이후에 일어난 대부분의 멸종은 지난 300년 사이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최근 300년 동안 일어난 대부분의 멸종은 지난 50년 사이에 일어났다. 그리고 지난 50년 사이에 일어난 대부분의 멸종은 지난 10년 사이에 일어났다.”


이 책의 많은 동물들 중 단연 관심을 끄는 녀석은 뉴질랜드의 새 ‘카카포’이다. [밤의 앵무새] 라는 뜻의 이름조차 생소한 이 새는 당시 40마리가 생존해 있었으며 지금은 약 120마리로 늘어났다고 한다. 뉴질랜드 당국과 이 책 덕분이다. 이 새를 살리기 위해 뉴질랜드는 한 개의 섬을 무인도로 설정하고 일체의 포식자(들고양이, 족제비, 들쥐 등)를 소개한 청정지역으로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눈물겨운 노력이 참으로 가상한데 정작 이 새 카카포는 너무나 느긋하다. 책에서는 카카포 사진이 나오지 않아서 인터넷 통해 보았는데 역시 생각했던 대로 “만만디”다. 오래 전 뉴질랜드로 날아온 카카포는 당연히 ‘나는 새’였다. 하지만 포식자가 전혀 없는 섬의 환경 상 날 필요를 못 느낀 이후 그만 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워낙 적은 개체수인지라 그 녀석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는 오직 구애를 하는 수컷의 소리뿐인데 이게 문제다. 구래를 위하 수컷은 구덩이를 파고 들어 앉아(더구나 아주 확 트인 곳에서) 몇날 며칠이고 중저음의 소리를 지른다. 암컷은 2-3년에 한 번 한 개의 알을 낳을 정도로 번식에도 무감각인데 그런 ‘도도녀’를 꾀기 위해 무던한 수컷의 구애가 계속되는 동안 대부분은 포식자의 먹이가 되고 만다. 숲속에서 우연히 카카포를 만나면 더 가관이다. 마치 도망다니는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그저 쳐다볼 뿐이라니 도대체 지구에서 생존을 원하는 것인지... 카카포는 유럽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에 의해(정확히는 그들과 동행한 고양이와 쥐) 멸종위기에 몰리고 있다. 하여 유일한 구출 방법이 인간과 포식자로부터의 격리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탐사기록 보다는 그들이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기술과 그것을 묘사하는 멋진 유머에 환호한다. 카카포를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불친절하며 도도한 관리자들을 상대한다. 원하지 않은 카카포 서식지의 침입에 달가워하지 않은 그들에게 온갖 아양과 아첨을 하는 두 사람의 노력은 눈물겹다. 저자 애덤스는 “이상하게 나는 그렇게 불친절한 사람들 앞에서 오히려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상하리만치 친절한 뉴질랜드인들이 언제 어떻게 나의 뒷통수를 칠 것인가?”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란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은 저자들은 그래서 목숨을 걸고 하는 탐사도 즐거운 유희다. 읽는 우리도 그들의 탐사활동에 기꺼이 즐겁게 동참하고 그들의 외침(다소 느긋한)에도 자연스럽게 동조된다. 멀고 먼 열하까지 가서도 지치지 않은 놀이를 한 연암 박지원 처럼.


10년 전 세상을 떠난 저자 애덤스는 멸종위기의 동물을 구해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 나는 이것 말고 더 필요한 이유는 없다고 믿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코뿔소와 앵무새와 카카포와 돌고래를 지키는 데 인생을 거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그들이 없으면 이 세상은 더 가난하고 더 암울하고 더 쓸쓸한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머’가 있는 사람은 분명 ‘휴머’니스트 이다. 물론 나의 어록이다.

2011년 9월 20일 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