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사람의 숲에서 만난 시

짱구쌤 2016. 10. 8. 19:21

 

 

한결같은

[사람의 숲에서 만난 시 / 장권호 / 심미안]

 

가을 손 편지

매월 마지막 날에는 아이들과 함께 손 편지를 쓰고 있다. 가끔 바쁘다는 핑계로 빼먹을 때도 있어 9월에는 단단히 마음먹고 썼다. 조용한 가을 음악과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는 참 듣기 좋았다. 일부러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으며 그 사람에게 전해질 마음에 설레었다. 9월부터 떨어져 지내는 아내에게도 오랜만에 연애편지를 썼다. 가을은 뭘 해도 어울리지만 손 편지를 빼고서야 온전한 그것이 될 수는 없다. 난 편지를 사랑한다. 아이들은 다행히 편지 쓰기를 좋아해가고 있다. 시를 읽고 편지를 쓰는 가을이 되기를..

 

롤 모델

저자는 막둥이 외삼촌이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조카들과 많이 친하기도 했거니와 지금도 누이인 나의 어머니를 가까이에서 늘 살펴주셔서 누구보다도 가까운 친척이다. 학창 시절에는 멋진 국문과 대학생으로, 예비교사 시절에는 참교육을 실천하는 해직교사로, 교단에 선 지금은 항상 배우고 가르침에 진지한 교사로 존경하는 나의 롤 모델이다. 몇 년 전부터 한 교사신문의 편집장을 하면서 시 평론 글을 실었었는데 그때마다 좋은 시를 소개받아 읽는 재미가 쏠쏠했던 기억이 난다. 워낙 감성적인데다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이 따뜻하기에 시와 함께 저자의 시평도 좋아했었다. 퇴직을 2년 앞두고 있어 뭐 하실거냐는 물음에 할 게 너무 많다고 하신다. 문화유산 해설사 자격을 취득했고 오랜 전부터 준비해온 나무 기르기도 계속하실 거란다. 최고의 노후생활 계획이다.

 

노모

올해 여든 다섯이신 어머니는 오늘도 출근하는 아들을 가만히 불러 사탕 한 알을 쥐어주신다. 마흔네 살 막내아들에게.(79)

30년 넘게 모시던 노모가 白壽를 앞두고 돌아가시자 서럽게 우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곡성 옥과 선산에 고이 모셔두고 주말주택을 지어 드나드신다. 달이 좋아서 달을 보러, 가을바람 맞으러, 봄꽃 맞으러, 눈 내리는 소리 들으러 다녀오신다는 로맨티스트.

곁에 시가 있어 남루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랑은 무죄

이 책에 실린 시들은 쉽고 따뜻하다. 난해함을 무기로 하는 현대시들은 대중과의 교감이라는 측면에서는 낙제점이다. 자신을 성찰하고, 관계를 살피어 삶의 위안이 되는 시가 좋다.

 

한결같은 사람들

저자는 한결같은 사람이다. 아이들과 세상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 시집을 몇 권 구입해서 주변의 한결 같은 사람들에게 손 편지와 함께 보냈다. 대부분 교직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고 떠올리면 절로 오진 웃음이 나온다. 아쉬움은 다들 너무 바빠서 자주 못 본다는 것이기에, 이 가을에 시집 한편 읽을 여유라도 전하고 싶었다. 사람의 숲에서 만난 의 향기도 함께.

2016108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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