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

짱구쌤 2016. 10. 17. 21:00

 

 

 

전라민초실록(全羅民草實錄)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 / 황풍년 / 행성B잎새]

 

안녕하셨소. 저 대성이여라!”

~, 머더냐?”

광주서 쬐끔한 횟집 해라.”

그래! 뻥튀기 영감 불러다가 확 튀겨불어라.”

(63)

귄 있다

전라도말 중 최고의 찬사는 귄 있다일 것이다. 아름답다, 예쁘다, 매력적이다 하고는 많이 다른 쓰임이다.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오롯이 글로만 알고 있는 저자는 참 귄 있는사람이다. 십 년 넘게 전라도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 사는 모습을 낱낱이 기록하는 사람이다. 그가 펴내는 월간 [전라도닷컴]은 변함없이 오늘도 전라도 사람들의 촌스러움을 이야기한다. 속 깊은 전라도입말이 척척 입에 붙는다.

워넌히’, ‘가풋해’, ‘항꾼에’, ‘낫낫한’, ‘뽈깡’, ‘뽀짝’, ‘이무러운’, ‘깔끄막’, ‘베람빡’, ‘귄있다’, ‘짠하다’, ‘오지다’, ‘개안하다’, ‘싸묵싸묵’, ‘담박질’, ‘매겁시’, ‘아심찬하다’, ‘쓰잘데기’, ‘징허다’, ‘몰똑하다’, 보듬다‘, ’질나다‘, 개리다’, ‘갈아주다’, ‘게미지다’, ‘팽야’, ‘지까심과 시동’, ‘그라제’, ‘솔찬허시’, ‘허벌나다’, ‘암시랑토 안혀’, ‘큼메마시’.... (49)

가히 전라도민초실록의 사관(史官)들이다.

 

항꾼에

조선왕조실록이 개인의 결과물이 아니듯 전라민초실록도 공동 작품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할머니 전문기자인 남신희, 남인희 자매 기자를 비롯한 전고필, 김도수, 최명진, 강위원, 최종원, 박갑철, 최성욱 등이 항꾼에만든다. 특히 남씨 자매 기자의 시선은 따뜻하고 정겹다. 저자는 이들을 이렇게 말한다.

정말 어디에고 손님 행새라고는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궂은 일 마다 않는 할매들을 한없이 가여워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발품을 팔고 끈질기게 기록할 뿐이다. (214)

 

싸묵싸묵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이 미약한 잡지가 한 둘이 아니다. 촌놈 마라톤식이다. 특집과 이벤트로 대표되는 쌈박함은 당장 좋아보여도 오래가기에는 힘이 부친다. 전라도닷컴은 매월 주제를 달리하여 전라도의 속살을 훑는다. 주제는 달라져도 사람들의 삶터는 늘 그대로다. 장터, 논밭, 노인당, 골목길을 다니며 그냥 지나쳤던 풍경들을 싸묵싸묵담는다. 서둘지 않고 진득하게 기록한다. 마치 전라도 사람들의 삶처럼 자기 길을 간다. 그 속에 있었을 어려움과 한숨이 간단치 않았을 터인데 티내지 않고 오늘도 건재하다. 그것이 신기하고 오지다.

 

 

 

뽈깡

그렇다고 건성건성 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진즉 바닥을 드러내고 자빠져 일어나지 못할 테지만 당당한 섬 노인의 뒤태처럼 늠름한 이유는 온 힘을 다하기 때문이다. ‘뽈깡학교의 현장학습을 비유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 있다. ‘찔벅 찔벅 하지 말고 하나를 하더라도 뽈깡 짜듯 야무지게 하자혁신학교에서 도전학습과 같은 집중 이수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이유도 바로 이 뽈깡과 닿아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은 [이스탄불]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신과 자신의 도시에 대해 혐오하는 것만큼 불행한 것은 없다

한 발 더 나아가 그 책의 역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행복하게 자신의 삶에 대해서, 도시에 대해서, 고향에 대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경험과 경험 속의 존재들에 대해서 사랑해야 한다고 믿는다.”

충무공의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삶터를 사랑해야 할 이유가 차고도 넘친다. 저자는 작업이 위대하다.

20161017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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