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짱구쌤 2016. 2. 6. 12:10

 

 

자신이 옳다는 확신? 뇌를 믿지 마라!

[1.4킬로그램의 우주, / 정재승 외 / 사이언스 북스]

 

기억의 불확실성

1986년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공중에서 폭발하여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사건 다음날 미 코넬대학의 나이저 교수는 자신의 수강생들에게 이 비보를 어디서 듣게 되었는지와 그 느낌을 기록하게 하였고, 2년 반 후에 다시 같은 질문을 하여 처음과 비교하였다. 놀랍게도 25%는 전혀 다른 기억을 갖고 있었고 10% 정도만이 정확하였다. 우리는 기억이 오래 남아 있었다는 이유로 그것을 확신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억이 얼마나 부실하며 쉽게 왜곡되고 망각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성공한 리더는 자기결정을 확신할까?

성공한 리더의 자기 결정에 대한 확신은 예상외로 매우 낮다고 한다. 일반인들에 비해 많은 걱정과 불안의심을 갖고 결정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적절한 타이밍, 최적의 순간에 결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의 결정이 최선이 되는 이유는, 그것의 확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연한 사고방식과 태도에 있다. 추가 정보나 상황이 바뀌면 곧바로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함. 그리고 그것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그것이 내공 깊은 리더이다. 평소에 조직원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 리더라야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다. 골방에서 혼자 고민하는 리더는 잘 바꿀 수 없을 뿐 아니라 설사 바꾸더라도 조직원들과 소통이 안 된 상태이기에 곧잘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것이다. 어디 리더뿐이겠는가? 나이 들어서도 유연하게 사고하는 것, 습관에 사로잡히지 않고 탐색하는 삶을 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77

 

종횡무진 넘나들기

이 책은 뇌과학자 3인의 강연을 묶어놓았다. 뇌의 생성과 진화, 소멸, 의사결정구조, 생존과 번식을 주제로 다양한 사례와 최신의 연구 결과가 소개된다. 재미있는 뇌과학의 향연이다. 뇌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저자들의 말하기, 글쓰기 내공이 한몫을 한다. 그중에서도 정재승 교수의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 가장 대중적인 과학자로 알려진 정교수는 과학과 예술, 철학과 조우하며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의 책 [과학콘서트]나 진중권과 함께 쓴 [크로스]는 그가 왜 사랑받는 과학자인지를 충분히 증명한다. 최고의 과학연구집단이 대중과 만나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이 과학발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건전성과 깊이를 가져다 줄 것으로 믿는다. [카이스트 명강의]를 기획한 정교수의 신념이기도 하다.

 

48, 지금이 최절정기

인간의 의사결정을 합리성이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보지 말고, 우리 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들을 충분히 고려해 복잡한 의사결정과 선택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제가 이 ‘1.4킬로그램밖에 안 되는 소우주바로 뇌의 의사 결정을 연구하면서 얻은 결론입니다. 206

과학자들은 뇌의 발달상 43-55세를 뇌의 절정기라 했다. 단순히 기억력만을 따져 20세 이후에 뇌는 지속적으로 퇴화한다는 그간의 상식이 늘 불편했던 차에 참 반가운 말이다. 종합적인 사고가 가능한 지금이 최절정기인데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몇 안 되는 불안정한 기억을 토대로 쌓인 주장이 고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같은 주장을 반복하거나 강요하는 아집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기 확신을 의심하는 성찰에 있다.

 

나를 규정하는 것, 관계

어젯밤에 그리운 사람들과 만났다. 두 쌍의 부부는 오래 전 맺은 나의 관계 이다. 한 사람은 나를 친자연적으로 이끈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소박하고 인간적인 삶에 영향을 미쳤다. 내 안에 켜켜이 쌓인 이 관계가 나를 규정한다. 독립적이며 배타적인 존재의 나보다 훨씬 입체적이며 안정적이다. ‘존재론에서 관계론으로의 전환이다. 반가운 조우에 오래 들이킨 알콜이 머리와 속을 어지럽힐지라도 마음은 평화롭다. 좋은 관계 속에서 흐뭇했다. 그래서 뇌는 손가락으로 문자메시지를 지시한다. “고맙다. 쭉 보자

201626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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