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꾸들꾸들 물고기씨, 어딜가시나

짱구쌤 2016. 1. 24. 11:52

 

 

송공항 잔치국수집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 성석제 / 한겨레출판]

 

겨울 바다에서 후루룩

오늘처럼 매서운 눈발이 날리는 날, 겨울바다에 서면 저 밑에서부터 뜨거운 무엇이 올라온다. 그리운 이의 얼굴이 스치면, 곁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우리 가족은 그럴 때 예외 없이 7번 포장마차 집으로 들어가 잔치국수를 시켜 먹었다. 유난히 눈과 바람이 흔했던 압해도 송공항에서 입김을 후후 불며 국수 한 그릇을 비우면 겨울 섬으로 건너갈 힘과 용기를 얻는다. 멸치국물이 담백하고 양념장이 얼큰 고소한 순박한 아주머니의 손맛. 음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송공항 잔치국수다.

 

먹방과 여행 천국

미디어는 온통 먹방이고 사람들은 여행이야기를 주로 나눈다. ‘TV 출연한 집’, ‘원조집’, ‘대박 난 집’, ‘연매출 **억원 집’, ‘**가 다녀간 집등 요란한 겉치레를 한 음식점들이 넘쳐난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먹은() 음식을 찍어 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다보탑을 배경으로 하던 사진이 화려한 비주얼의 음식 여행으로 바뀐 것이다. 조금 더 자극적이고 화려한 음식이 각광받는 조건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냄새를 잘 맡지 못하기에(하여 음식은 모두 맛있고) 그것은 끼니를 잇는 수단일 뿐이어서(그래서 아내는 나를 불쌍히 여긴다) 음식에 대한 호들갑이 낯설다. 다행히 저자는 시류에서 멀찍이 떨어져 그곳에서 맛본 음식과 추억에 집중한다.

주위에는 방학동안 먼 곳에서 치유를 받으려는 분들이 많다. 학기 중에 사력을 다했기에 이때만이라도 충전을 하려는 마음을 못 헤아리는 것은 아니지만 정도가 조금 지나치다 싶다. 나는 겁이 많고 번잡스러운 것을 싫어해서 여행과는 궁합이 맞질 않는다. 준비도 그렇고 비행기 타는 것은 고역이고, 무엇보다 여행지에서 사람들과 맞추어 이곳저곳을 휩쓸려 다니는 것이 마뜩치 않다. 패키지 말고 자유여행을 권하기도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걸 즐겁게 준비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세계테마기행이나 걸어서 세계로같은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안 가본 곳이 없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어요

몇 차례의 해외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터키 어디에서 고된 하루를 마치고 숙소 앞마당에서 동료와 나눈 캔 맥주가 떠오른다.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 없던 동료와 텅 빈 수영장 가에서 땅콩 안주에 들이키던 에페맥주는 최고의 맛이었다. 직장 생활의 어려움, 스치듯 만난 그 곳 사람들에 대한 소회, 그리고 별빛 가득한 그날 저녁.. 숙소로 돌아와 그리운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며 이역만리의 여행이 주는 고독을 한껏 느끼는 순간. 그래서 여행은 자기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나보다.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 그리고 발까지라고 한 신영복 선생은 작년 암으로 강의를 중단하면서 질문을 받는다. “다 나으면 뭐하실 겁니까?”“아무것도 안하고 싶어요. 아무 것도심부름하며 살았던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그냥 쉬고 싶다고 했다. 선생은 이제 그 영원한 휴식을 얻고 떠나셨다.

 

If you buy, Nature pays

나이 들어 바뀐 것 중 하나가 대형마트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번잡스럽기도 하지만 작은 가게들도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필연적으로 대량 구입, 충동구매가 뒤따른다. 꼭 필요한 것만 사려면 작은 가게로 가야한다. 라오스 어디에 붙은 현수막 글귀를 소개했다. If you buy, Nature pays(당신이 뭔가를 사면, 자연이 대가를 지불한다) 지금껏 살면서 자연에 저지른 수많은 잘못을 이제부터는 조금씩 줄일 때도 되었다. 로컬 푸드처럼 생활 거리도 너무 멀지 않도록.

소설가인 저자는 이야기꾼이다. 여행, 음식, 사람, 추억에 대한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남자 공지영이다. 나 같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소개해주는 이들이 있어 고맙다. 그래도 책으로만 하는 여행은 위험하다고하니 엉덩이부터 들어야한다. 눈 귀한 순천에 온통 눈이다.

2016124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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