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물건 이야기

짱구쌤 2015. 4. 12. 11:24

 

 

깨우쳤다면 곧바로 실천!

[물건 이야기 / 애니 레너드 / 김영사]

돈오점수(頓悟漸修)

누군가로 인해 삶의 태도가 바뀌었다면 그가 곧 스승이다. 구입해서 쓰고 버리는 것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오다가 그를 만나고부터 이전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진정. 진보주의자는 정치적 신념에서만 나온다고 믿었던 외눈박이 사고(思考) 말이다. 더 나은 사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내 삶의 방식임을 깨달았다(돈오). 그리고 이렇게 천천히 실천해 가고 있다(점수).

 

언행일치(言行一致)

나를 단박에 깨우치게 한 그는 언행을 일치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싶으나 그리 못하는 것은 가벼운 말과 게으른 실천 때문이리라. 그는 학교가 생태감수성 가득한 공동체가 되기를 희망하기에 덜 쓰고, 잘 버리자고 하였다. 먼저 실천하고 있는 분들을 모셔다 가르침을 받았고, 학교 주변의 생명체를 공부하면서 그곳의 많은 사람들과 끈끈한 관계를 쌓았다. 일회용 종이컵, 접시, 나무젓가락이 자취를 감추었고 교실에서는 철저히 분리된 자원들이 애먼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았다. 덩달아 그를 지켜보던 우리들의 생활 방식이 조금씩 바뀌어져 갔다. 3년을 같이 지내니 이제 서당개 3년의 풍월을 조금씩 읊게 되었다.

 

물건 이야기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평등을 위해그가 선물로 건넨 이 책에 써준 글이다. 3년간 가르침을 받았으니 어디 가서도 허튼 짓 말고 잘 살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추출에서부터 생산, 유통, 소비, 폐기까지 직접 조사하고 경험한 것을 집요하게 파헤친 한 여성 환경운동가의 기념비적인 기록이다. 기업과 성장주의자들로부터 머리 묶은 막스라는 공격을 받은 작가 애니 레너드는 20년 이상 전 세계를 돌며 물건의 일생을 좆아서 추적했다.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970리터의 물, 종이 1톤 만드는데 들어간 98톤의 각종 자원, 대형매장에 들어오는 지구 반대편의 최저가 물건들, 그 물건들이 가정에 오기까지의 CO2 발자국(거대 화물선이 바다에 내 놓는 독성폐기물)은 그간 우리가 애써 외면해 오던 불편한 진실들이다. 그가 만든 영상 [물건이야기THE STORY OF STUFF]은 쉽게 이야기의 본질을 보여준다.

 

분리수거(分離收去)

스승을 떠나 새로운 일터로 온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떠나 올 때 스승은 여기에서 배운 것을 그곳에서도 잘 실천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가 준 이 책을 겨우 다 읽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름대로 분투했다. 우선 예전의 나처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학교 내의 종이컵을 없애고 이중스텐컵, 스텐접시, 쇠젓가락을 구입했다. 한꺼번에 버려진 자원을 분리하기 위해 교실마다 분리수거함을 설치했고 학생들은 에너지환경위원회를 만들어 낮에 켜진 전등과 분리수거를 감시한다. 이면지함과 폐지수거함을 설치해서 종이를 최대한 아껴 쓰고 있다. 아마 좀 까다로운 꼰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평판과 이목을 매우 중요시하지만 그것은 감수해야할 꼬리표다. 스승이 그랬고 그래서 이만큼 되었다고 믿는다.

 

학교에서 일회용품이 사라진다면

지속가능한 학교, 생태감수성이 살아있는 배움의 공동체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가 일회용품 안 쓰기라고 생각한다. 큰 예산 들이지 않고 종이컵은 개인컵과 이중스텐컵으로 대체할 수 있다. 쇠젓가락을 친목회 여행에까지 챙겨오는 그의 끈질김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에 불과하지만 [전남의 학교에서 일회용품 추방 운동]를 지속적으로 해볼 생각이다. 옛 스님들의 수행방식인 단박에 깨우치고 차츰 수련하기처럼 오래 실천하고 싶다. 스승의 가르침을 이제 한걸음 떼었다.

2015412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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