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짱구쌤 2015. 4. 4. 13:33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들을 돕습니다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 구본형 외 / 생각정원]

마지막 수업과 의리

늘 가까이에서 큰 가르침을 준 스승의 갑작스런 유고는 제자들에게는 청천벽력이었을 것이다. 도끼와 같은 깨우침의 보답으로 두 제자가 묶은 이 책은 그것만으로 아름답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다는 기업답지 않은 사훈을 걸고 저자 구본형이 세운 변화경영연구소의 제자뻘 연구원들이, 스승께 바치는 의리이기도 하다. 구본형이 EBS에서 진행한 고전읽기의 원고를 갈무리하고 각종 칼럼을 발품한 적지 않은 수고가 들어있다. 아름다운 고전 여러 권을 한꺼번에 읽을 수 있기도 하다.

 

구본형과 박웅현

두 사람은 모두 잘 나가던 회사(IBM과 제일기획)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일을 시작하여 일가를 이루었으며, 인문학, 특히 고전 읽기를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웅현은 카피라이터답게 대단히 감각적이고 세련된 글을 쓰며 구본형은 고전 그 자체에 충실한 글을 쓴다. 이 책과 동시에 읽은 박웅현의 [여덟 단어]는 저자들의 글쓰기 스타일을 비교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게로 들어왔다’, ‘사람을 향합니다와 같은 박웅현의 명품 카피처럼 구본형의 거침없이 모험을 선동하라도 못지않게 멋지다. 책을 읽기 전에는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던 사람들이다.

 

고전 읽기와 쓰기

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고전은 현재를 조금 더 지혜롭게 살게 한다. 고전에 등장하는 인간군상(아니 까지도)들은 우리들에게 철학과 처세를 풍부하게 알려준다. 어떤 이들에게는 삼국지나 손자병법, 그리스신화가 처세술의 교본으로 읽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것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우는 장이기도 하다. 구본형의 고전읽기는 아마도 앞의 경우에 가깝게 보였다. 물론 처세와 철학이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없이 넘쳐나는 자기계발서과 처세술의 강연을 보노라면 씁쓸하다. 이 책은 고전 읽기에 치중한다. 많은 부분이(아니 거의 대부분) 고전의 줄거리이며 인용문이다. 라디오로 들으면 딱 인 것이 책으로 나온 셈이다. 지은이의 시대와 성장 과정을 소개하고 줄거리에 댓글을 다는 수순을 반복한다. ‘고전을 읽고 지금을 써야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켜켜이 쌓인 고전의 힘인 것이다.

게바라, 다산 사용법

혁명가 게바라의 얼굴 사진은 이미 자본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트렌드로 소비되는 자신의 얼굴을 게바라가 보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남미의 정글이 아니라 자신의 골방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게바라의 이 말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현재 이루어질 수 없는 꿈 하나를 별처럼 품자.”는 느닷없이(?) 인용된다. 다산의 경우도 비슷하다. ‘조르바처럼 자유롭게 다산처럼 인간답게!’ 많은 고전의 주인공들이 저자의 의도대로 사용된다. 물론 철저히 저자의 자유이지만.

 

허클베리핀과 조르바

어릴 적 톰소여와 허클베리핀은 말괄량이 삐삐와 함께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그 자유분방한 생김새와 행동, 거침없는 모험은 동네를 벗어난 본 적 없는 꼬마들에게 우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멀리 나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나 쳇바퀴만 열심히 도는 일상에 갇혀 살고 있는 지금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조르바는 뒤늦게 만난 허클베리 핀이다. ‘거침없이 모험을 선동하라!’ 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 고전은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 같아 보였다. 사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울타리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내가 제일 선망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들을 돕습니다

책을 읽을 때 상당히 비판적으로 읽는다. 저자의 여러 약력과 저서에 따라 섣부른 선입견을 갖기도 한다. 구본형의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약간 억울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쓰지 않고 제자들의 사후에 편집한 것이므로 그에 대한 거친 평가가 온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의 제목을 그가 내세운 사훈으로 정하였다. 그의 진심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구본형의 마지막수업.hwp

201544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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