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짱구쌤 2015. 5. 10. 20:18

 

 

안 될 줄을 번연히 알면서도 행하는 사람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 배병삼 / 사계절]

 

공자님 말씀 하시네

순천시에서 올해 One City, one Book으로 선정한 책이라 찾아 읽게 되었다. 2015년에 웬 공자? 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공자님 말씀 하시네식의 무작정 비판에 거든 점이 걸리기도 해서 집어 들었다. ‘[논어]에 드리워졌던 어둡고 섬뜩한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대신 경쾌한 살결을 드러내어 2500년 전의 공자와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호흡하는 자리를 만들어볼 작정이며, ‘인간이란 무엇이며, 잘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해답도 아울러 찾고 싶다고 했다. 여느 고전 평론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자신도 밝힌 바와 같이 경쾌한 글쓰기에 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몇 년 전에 이런 제목의 책이 나왔을 때 논쟁이 뜨거웠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남성 중심, 권력 중심, 연고주의, 권위주의, 기득권 주의 등에 대해 그 뿌리를 갖는 구태의연한 유교를 비판하고자 했으나, 사태는 그와는 반대로 예의도 모르는 **자식류의 막장 공방이 오고 가는데 그쳤다. 사실 그때 논쟁에서 나는 유교의 고루함을 비판하는 쪽에 손을 들어주었으나, 정령 유교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상태의 비판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러 문제들의 해결책으로 공자님 말씀을 잘 실천하자고 하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당하게 내몰린 공자 비판에 대해서는 나부터도 반성한다. 뭘 알고 비판하자!

 

[논어]의 처음과 끝은 배움!

논어는 1장 학이편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 不易說乎(불역열호)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하랴! 로 시작하여 마지막장 不知言(불지언) 無以知人也(무이지인야)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지 못하느니 로 끝난다. 말을 알기 위해서는 배우지 않을 도리가 없으므로 논어의 처음과 끝은 배움이다. 늙어 죽을 때까지 배우는 기쁨을 가지라고 한다. 중학교 한문 시간에 처음 익혔던 學而時習之가 지금까지 이리도 절실하게 읽힐 때는 없었다.

 

매력적인 인간 공자.

논어는 공자에 대한 책이다. 그의 제자들이 사후에 정리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공자의 인간적 면모를 살필 수 있다. 우리가 예상한 것처럼 샌님에 희멀건 얼굴을 한 선비가 아닌 구척 기골 장대한 무인, 술 취하면 실수할까 걱정하는 옷을 잘 갖춰 입은 패셔니스타 공자를 만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그려진 공자가 좋다. 광화문 앞 우람한 충무공상 말고 전투를 앞두고 식은땀을 흘리며 잠 못 이루는 [칼의 노래] 속 인간 이순신이 좋다. 공자에게 옷은 문명을 상징한다. 때와 장소에 맞춰 입는 옷과 음식,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인사 등 사람을 대하는 세심함과 사려 깊음이 문명이다. 갑자기 몇 해 전 연수단 일원으로 뉴질랜드의 한 학교를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관광과 기관 방문이 섞여 있는 일정을 고려하더라도 어디서건 일행들의 옷차림이 아웃도어에 맞춰진 것은 심하다 싶었다. 어느 중학교를 갔을 때 정장 차림의 교감선생님과 대비되는 연수단의 그 등산복 행렬은 결례 말고는 설명할 수 없는 꼴불견이었다. 하기야 요즘 한국 관광객의 교복?이 형형색색의 화려한 아웃도어라는 가이드의 말이 비웃음처럼 들렸으니..

 

도올의 동양학과 교육입국론

이 시대 제일의 공자 전문가로 자타가 인정하는 도올 선생의 교육입국론을 읽었다. 그는 서양의 교육철학과 방법론과는 다른 동양학의 교육방법과 이론에 주목한다. 가령 묻고 답하기가 기본인 서당 교육의 장점이나 인성교육을 겸한 우리 교육의 특장을 잘 살리는 것이 우리식 혁신교육이라는 것이다. 동양교육을 주입식으로 몰아붙이는 행태는 식민과 자학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이다.(내가 이해하기에는) 나는 요즘 내 수업을 자주 생각한다. 독서·토론 학습이나 개별화, 탐구 학습 등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을 어떻게 해낼 것인가? 내가 우리 교실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묻고 답하기, 궁금증을 풀어주는 게거품 강의, 친구들과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협동학습 등이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수업 형태이다. 내게 맞는 옷을 맵시 있게 입고 자신 있게.

 

不惑불혹과 知天命지천명

공자는 사십에는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오십에는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내 사십대는 모든 유혹에 흔들렸으며 오십에는 쉬이 하늘의 뜻을 알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흔들리며 잘 견뎌오고 있고 어렴풋이 삶의 방향도 잡아가고 있으니 그리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지천명을 이삼년 앞두고 분명하게 정한 게 있다. 오십이 되면 조금 더 내식대로 살자는 것이다. 오십을 열심히 살았으니 그 정도는 해도 된다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우선 아파트를 탈출하고 싶고 나머지는 내키는 대로. 하지만 공자님의 가르침 하나는 분명하게 실천할 것이다. 好學. 죽을 때까지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공자님에 대해 새롭게 배운 책이다. 그를 두고 성문의 문지기가 했다는 말. “안 될 줄 번연히 알면서도 행하는 사람공자를 다시 본 이유다.

2015510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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