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책인시공

짱구쌤 2013. 4. 28. 21:13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 책인시공 / 정수복 / 문학동네 ]

1. 책을 읽을 권리

2. 책을 읽지 않을 권리

3. 어디에서라도 책을 읽을 권리

4.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5. 책을 중간 중간 건너뛰며 읽을 권리

6.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7. 다시 읽을 권리

8.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9. 많은 사람이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10. 책에 대한 검열에 저항할 권리

11. 책의 즐거움에 탐닉할 권리

12. 책의 아무 곳이나 펼쳐 읽을 권리

13. 반짝 독서할 권리

14. 소리 내어 읽을 권리

15. 다른 일을 하면서 책을 읽을 권리

16. 읽은 책에 대해 말하지 않을 권리

17. 책을 쓸 권리

저자가 선포한 [독자 권리장전]이다. 9번이 특히 와 닿는다. 어제 늦게까지 장례식장에서 과음한 덕에 오늘은 종일 집에서 책만 읽었다. 뒹굴뒹굴 책 한 권을 읽으며 18번 항목을 생각해 냈다. “아무렇게나 책을 읽을 권리”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책 읽기, 책 읽는 시간, 서재, 서점,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걷고 책 읽고 명상하기를 좋아하여 ‘과학적 사회학’을 지양하고 ‘예술로서의 사회학’을 꿈꾸는 사회학자이다. 전작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세상과 사람에 대한 자세가 어딘가 나와 비슷한 데가 있다고 느껴 글이 편안하게 읽힌다. 파리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보따리 장사(시간 강사) 10년에 환멸을 느껴 다시 떠난 파리에서 마음껏 읽고 걸으며 책을 썼다. 고흐의 정취가 묻어 있는 프로방스를 가장 좋아하여 파리를 떠나 아를 지역에 가서 휴식을 하곤 한단다. 그런 그가 10년 파리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귀국했다. 국립중앙도서관으로 매일 출근하여 읽고 쓰기를 계속하는 그가 언제 또 파리로 떠날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책과 사람에 대한 예의를 믿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나의 독서 편력과 습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꽤 편협했던 나의 책 읽기가, 2년 전에 만난 그의 책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을 기점으로 비교적 균형 잡혀 가고 있다 생각하기에 그에게 고맙다. 최근 3년은 대학 때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기이다. 가능하면 읽은 책에 대해 글쓰기로 갈무리를 하는 것도 바뀐 독서 습관 중의 하나이다. 책은 주로 집에서 많이 읽는 편인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서재의 컴퓨터 책상과 그 옆에 놓인 창가의 소파에서 읽는다. 그 소파는 결혼 때 장만한 천 소파인데 새로 산 가죽 소파에서는 도무지 책이 읽혀지지 않아 늘 소파에서 앉고 눕기를 반복한다. 침대에서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난 침대에 들면 5분 이내에 잠이 드는 특이 습관 때문에 침대 독서는 거의 안 한다. 가끔 베란다 벤치에서도 읽기도 하지만 그곳은 독서 보다는 꽃과 바깥을 관찰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음악을 틀어 놓고는 책읽기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둘째 녀석이 잠든 이후인 10시부터 12시까지가 가장 좋은 시간이다. 요즘에 추가된 습관은 교실에서 20분씩 아이들과 읽는 아침 독서 시간이다. 아이들과 10,000쪽 달리기를 하는데 7천쪽을 막 돌파했고 22편의 독후감을 썼다.

 

집 밖으로는 5분 거리에 있는 호수도서관을 주로 찾는다. 전에 영암에 살 때에는 군립도서관을, 신안 하의도에서는 학교 도서관이 내 차지였다. 도서관이 가장 많이 있다는 순천에 와서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다. 문화와 삶에 깊이 있는 정책을 추진해 온 도시가 박람회 같은 외양에 신경을 쓰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2011년 여름방학 때 도서관에서 모두 25권의 책을 읽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잘 찾지 않는다. 이어폰을 꽂고 참고서를 푸는 학생들 때문에 독서실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부터인 것 같다. 학생들을 위한 독서실을 따로 조성하는 것이 필요할 듯 싶다. 서재에는 튼튼하게 짜 맞춘 4개의 서가에 지금까지 읽은 책들이 있다. 점점 부족한 서가 때문에 겹겹이 쌓여 있기도 하여 곧 한 칸의 서가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책을 오랫동안 읽는 데는 한계가 있어 잘 졸기도 한다. 그래서 30분 정도에 한 번씩은 의자에서 일어나 베란다를 돌아 냉장고 문을 열고 돌아온다. 주로 신문과 잡지의 서평을 보고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며 가끔 수준 이상의 책을 잡고 고통스러워 하기도 한다. 대부분 끝까지 읽는 편인데 가끔은 중도에 포기할 때도 있다. 이렇게 힘들 때는 동화책을 읽어 재충전하면 다시 읽을 힘이 생긴다. 동화가 주는 큰 힘이다. 가장 많은 저자의 책은 황석영, 신영복, 강준만, 조정래, 김훈, 리영희, 유홍준, 김남주의 것들이다.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라면 신영복님의 [나무야 나무야]이며, 올해 읽은 책 중에서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이라는 동화이다.

 

이 책 덕분에 내 책읽기를 전반적으로 돌아보게 되어 좋았다. 생각보다는 내가 책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 주에는 책상을 창가로 옮기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햇살이 드는 쪽에서 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행복한 책읽기를 하는데 그깟 수고쯤이야. 전에도 다짐했지만 꼭 프로방스에는 다녀오고 싶다. 오래된 골목길을 걷다가 작은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싶다. 물론 혼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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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8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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