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한국사회와 그 적들

짱구쌤 2013. 5. 9. 22:35

 

당신이 힘든 건 당신 탓이 아닙니다

[ 한국사회와 그 적들 / 이나미 / 수수밭 ]

 

당신이 힘든 건 당신 탓이 아닙니다!

저자의 이 말을 제외하고는 사실 그렇게 감흥이 일어나지 않은 책이었다. 한 주간지의 서평을 읽고 고른 책인데 그 잡지의 책 권유 수준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으니까. [콤플렉스 덩어리 한국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고 사는 법]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콤플렉스 12가지를 열거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체워진 책이다.

 

두 가지 지점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먼저 “우리 사회는 ~”투로 시작하는 민족성을 지적하는 자세했고, 다음은 별로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을 나열하는 진술 방식이 불편했다. 의학과 심리를 전공한 저자는 그의 고객들과의 상담 자료를 주텍스트로 사용한 듯했다. 저자가 꼽은 12가지 콤플렉스는 물질, 허식, 교육, 집단, 불신, 세대, 분노, 폭력, 고독, 가족, 중독, 약한 자아인데 대부분 한국인의 그 무엇 하는 식으로 많이 거론되던 것들이다. 민족성 운운하며 꺼내든 콤플렉스들을 읽노라면 훈계를 듣는 기분이다. 자신은 빠진 체 말이다.

 

종합처방전을 받은 느낌이었다. 난 지식인 집단의 거대담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구체적 사실과 존재가 빠진 담론은 허망하기 때문이다. 정혜신. 신경정신과 전문의로서 사회적 발언과 참여를 활발히 하고 있다. 특히 그녀의 저작 [홀가분], [남자VS남자], [사람VS사람]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책의 저자와 저절로 비교가 되었다. 정혜신은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사회의 구체적 사실과 인물을 분석하고 이야기한다. 하여 그 자신 실천운동에 뛰어들기도 하는데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의 저자 이나미가 시도한 한국인의 콤플렉스는 언론인 이규태나 이어령의 한국인 분석이나 강준만의 다양한 우리 사회 진단을 버무려 놓은 종합감기약처럼 보인다.

 

김일성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다. 한국인의 콤플렉스를 이야기 하면서 빠지지 않고 이 이름을 거론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저자가 김일성 콤플렉스에 빠지지 않았는가 생각이 들 정도다. “때려 잡자 김일성” 수준의 인식을 여과 없이 보여주어 좀 민망하기도 하였다. ‘당신이 그런 인식을 갖는 것은 당신 탓이 아닙니다. 당신을 기른 우리 사회와 교육 탓일테지요’ 제목을 보고 한국사회를 멍들게 만드는 주요 권력에 대한 해부나 경고를 기대했었는데 제목에 낚인 꼴이 되었다. 그래도 앞의 그 절실한 문구를 얻었으니 세상에 허툰 책은 없음이 증명된 셈이다. 나무를 베어 만든 책, 함부로 쓸 일이 아니다.

130한국사회와 그 적들.hwp

2013년 5월 9일 이장규

130한국사회와 그 적들.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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