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86배움의 공동체-손우정

짱구쌤 2012. 12. 31. 10:10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

[ 배움의 공동체 / 손우정 / 해냄 ]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

교육 이론이 만들어 낸 말 중 이 보다 더 교육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말이 있을까?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혁신학교의 이론과 실천이 교육계를 강타할 때 나를 흥분시킨 말은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됨이 없는 배움과 교육 복지였다. 20년이 넘는 교사 생활 중 내내 그 가치를 지향했으나 어느 한해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말이다. 난 그 철학이, 그 따스함이 좋았다. 지금 혁신학교 운동을 하고 있는 이유다.

 

배움의 공동체는 도쿄대학의 사토 마나부 교수가 창시한 교육 혁신 철학이자 방법론이다. 배움의 공동체에서는 교실을 모든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생각하는 공공성, 교사, 학생, 학부모가 고유의 역할과 책임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민주주의, 교사와 학생 스스로 최고를 추구하는 탁월성을 바탕으로 한다. 아이들의 배움을 중심으로 수업을 혁신하자는 이 운동은 1998년 일본의 작은 중학교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3,000여 개의 학교에서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사토 교수의 제자인 이 책의 저자 손우정 교수에 의해 10여 년 전부터 소개되어 현재 전국의 120여개 학교에서 학교 개혁의 일환으로 실천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송산초, 별량중 등에서 적극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수업 개혁은 늘 교육계의 화두였다. 하지만 그 방법은 늘 위에서 아래로의 개혁이었다. 열린 교육, 수준별 수업, 협동 학습... 나름 가치 있는 교육 방법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때의 유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라져 간 이유로 자발성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어떤 교육 방법도 교사들의 아래로부터 자발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배움의 공동체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교사들 스스로 연구 소모임을 만들어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서서히 실천운동으로 번져가는 이 방식은 그 간 관 주도의 수업개혁 방법보다 놀라우리만치 확실히 빠르다. 이제는 교육청에서 연수와 강의를 개설하면서 서서히 하나의 큰 흐름으로 바뀌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에는 배음의 공동체를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이의 보급을 위해 노력하는 손우정 교수의 헌신성을 빼놓을 수 없다. 배움의 공동체 창시자인 사토 교수의 말처럼 한국 교육의 미래를 개척하는 희망의 교육학자로도 손색없다.

 

저자 손우정 교수의 강의는 두 번 정도 들었다. 첫 인상은 차가웠다. 자신 있게 배움의 공동체를 통한 수업 개혁과 학교 개혁을 역설하는 그녀에게 교사들은 끊임없이 현실성을 의심했다. “그것은 일본이니 가능했다.”, “학교는 그대로인데 수업만 바뀐다고...”, “진도는 언제 나가냐?”, “아이들끼리 협력 속에 어떻게 배움이 일어나는가?” 그럴 때마다 그녀는 단호했다. “해보지도 않고, 넘어져 보지도 않고, 시스템 탓만 하다 언제 바뀌는가?” 지켜보는 내가 가슴 조여야 했다. 포용력이 아쉬웠고 그래서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먹물들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세 있게 배움의 공동체는 확산되었고 공부하고 실천하는 교사들에 의해 진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달라져 가고 교실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땅끝으로, 순천으로, 장흥으로 정기적으로 교사들과 만나며 컨설팅을 한다. 아무나 전도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6개월의 실천과 기다림.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반짝하는 호기심으로 촌놈 마라톤 하듯 지치지 말고 꾸준히 진정성 있게 실천해 보자는 것이다. 사실 배움의 공동체는 특별한 이론은 아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배움에 진지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21세기형 교육의 화두인 연대와 협력을 교실에서 아이들과 실천하자는 소박한 방법론이다. 수업에서 교사의 일방성을 최소화하고 아이들끼리 협력을 통해 배움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주를 이룬다. 교사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가르쳤나보다 아이들이 무엇을 배웠는지에 주목한다. 따라서 수업을 참관할 때도 교수법 보다는 아이들 한 명 한명의 배움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수업 후 협의회도 수업을 비평하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내 수업을 반성하면서 배운 점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성장하는 것에 주안점이 맞춰진다.

 

이제 내 수업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20여 년 동안 수업이(아니 수업공개가) 그리 두렵지는 않았다. 수업 시간 나는 자신감이 넘쳤고 아이들은 활기차게 수업에 참여하였다. 아이들은 예외 없이 공개수업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담임을 흐뭇하게 하였으며 수업협의회 에서는 몇 가지 지적을 빼놓고는 스스로를 뿌듯하게 할 칭찬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수업은 늘 그 모양이었다. 나는 발전하지 않았고 여전히 수업은 담임인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교사인 나의 안내가 없으면 잘 배우지 못하고 수동적이다. 수업은 이미 알고 있는 아이들로부터 격려 받으며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들에게만 집중되었다. 배움이 뒤쳐진 아이들이 늘 안타까웠으나 나의 몸부림은 거기까지였다. 나는 내 수업은 전부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늘 열심이었고 지금도 그것을 양보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누구보다 이이들과 친밀하며 수업은 늘 활기차다. 적어도 조는 아이는 없으며 대부분의 수업은 깔끔하게 마무리(정리)된다.

 

그래서() 나는 잘 가르치고 싶다. 아니 서로 협력하면서 배움을 일으키는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 하여 저자의 말처럼 더 열심히 기다려주고 믿어주기로 했다. 2학기에 본격적으로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실천해볼 작정이다. 뜻을 같이하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천천히..

배움이 희망이다

2012830일 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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